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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by 김여생

이따금씩 사람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콕 박혀 시간만 나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 때가 있다.
그냥 넘겨버리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예전 상처와 비슷한 것들의 말이 들려올 때면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걸까.
가시 있는 말이 나에게로 와 콕 하고 박혔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순 없겠지만 다 잘 지내고 싶은 나의 욕심이 했던 걸까.
생각에 갇히니 집중도 안 되고 머릿속만 복잡해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
버리면서도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이러다간 하루 종일 우울해질 것 같아 집에 들어와 바라클라바에 장갑에 무장을 하고 다시 집을 나선다.
'산으로 가자!'
집 근처 산으로 향한다.
주택들을 지나고 조그마한 과수원도 지나 산을 오른다.
평일에 날씨도 흐리니 사람이 없다.
오늘 눈이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상에 올랐을 때 눈이 오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하며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긴다.
오랜만에 올라오니 나무들은 나뭇잎을 벗고 모두 벌거숭이가 되었다.
삭막해 보이지만 이 위에 새하얀 눈이 내리면 참으로 예쁘겠다 생각해 본다.
중무장을 해서 엄청 춥진 않았지만 꽤 올라왔는데도 땀은 나지 않는다.
벌레도 없고 새소리도 없다.
겨울의 등산은 고요다.
산을 오르고 올라 계단을 올랐다가 흙을 올랐다가 정상에 도착했다.
(진짜 정상은 꽤 높고 험해서 나에게 정상은 언제나 작은 봉우리다.)
오르니 콧속까지 시원해지는 바람이 사사삭하고 분다.
적당한 운동을 했더니 기분 좋은 바람이다.
마음속에 콕 박힌 말이 또 귓가에 울려 퍼지지만 산바람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바람과 함께 멀리 날아가 버린다.
흐린 하늘도 가지밖에 남지 않은 나무들도 딱 겨울 그 자체라서 분위기 있게 느껴진다.
'될 대로 되라지.'
자꾸 생각한다 해서 바뀌는 게 무엇이 있을까.
그냥 미워하라고 해.
내가 예뻐서 질투하는 거겠지(?)
아 그 사람 때문에 주름이 생긴 건가?
안 돼 안 돼!
나에게 가시 있는 말을 준 사람도 행복해지기를.
타인을 질투하기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를.
마음에 사랑과 여유가 가득해지기를 바라본다.
'돼아써! 이제 마음속에서 빠져나갔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산이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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