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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by 김여생

더위에 몸이 녹아내릴 것 같다.

태풍 종다리가 온다 하더니 습도가 갑자기 또 높아져 버렸다.

에어컨을 켜면 고양이는 끄라고 냥냥거리고 성화에 못 이겨 끄면 인간 집사는 계속 누워만 있고 싶어진다.

(며칠 전부터 에어컨이 싫은지 냥냥 거리는데 힘들어. 틀게 해줘.)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으로 목을 쭈욱 내밀고 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기분이 다운될 것 같아.

일이고 집안일이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잖아!

'으아아아아아-'

우선 기지개를 쭉 편다.

거북목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주고 스트레칭을 조금 했더니 또 땀이 나네?

에라이. 모르겄다.

텐션을 높이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노래를 틀어본다.

이런 더운 날엔 아주 쨍쨍한 것들을 들어야 맛이지.

후후. 나에게는 힙합이 있다.

2000년대 외국 힙합을 검색해 본다.

노래 목록을 주욱 훑어보다 '오 이거다!' 하고 입이 귀에 걸린다.

벌써부터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좋잖아요.

틀자마자 에미넴의 쨍한 랩이 귀를 때린다.

'끼야오. 이거라고요!'

여기가 바로 힙합클럽이구나- 에헤라디야!

더위고 뭐고 기분이 신나져 고양이 앞에서 잘 추지도 못하는 춤을 춰본다.

고양이는 '에휴.' 하며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신나서 그래. 노래 들어봐 고양아. 안 신나?'

나는 말 그대로 너무 신이 나버렸다.

내가 좋아한 50cent 노래가 나올 때는 소리를 질러버렸다구.


기분이 좋아져서 더위가 다 물러가 버렸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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