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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by 김여생

어젯밤부터 날씨가 조금 선선해졌다.

낮에는 아직도 더워서 땀이 엄청나지만 그래도 뜨거운 바람이 아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역시 입추가 지나면 여름의 끝이 조금씩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더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으니 아쉬워서 커피를 하나 들고 공원으로 향한다.

역시 더운 날에 공원은 내가 유일하다.

햇빛의 방향을 보고 그늘 벤치 중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본다.

(공원은 인기가 좋아 자리 선택은 이렇게 더울 때만 느껴볼 수 있는 호사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럼 아이스커피를 쭈욱 하고 들이킨다.

'호우우, 조금 살 것 같아.'

더위가 불편하긴 하지만 밖에 나와 매미소리도 듣고 푸릇푸릇한 풀도 보고 가끔씩 불어주는 선선한 바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 참을만하다.

나온 김에 친구와 전화를 하는데 친구가 매미소리가 왜 이렇게 크냐며 이야기를 한다.

'여기 매미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 하는데,

어디선가 물이 토도독하고 왼팔에 떨어진다.

'비 오나?' 하는데,

하늘이 맑다. 무지하게 파랗게 맑다.

서얼마. 매미 너어어어어!

'으아아 매미가 오줌 쌌어!' 하니 친구가 깔깔거린다.

매미 오줌이 뭐냐고 하길래 줄줄이 설명해 본다.

그리고는 냄새가 날지 궁금해서 팔에 코를 킁킁거려 본다.

냄새는 안 나네. 무색 무취다.


최근 어떤 뉴스를 하나 보았다.

화창한 날씨에 나무에서 비 오듯이 물이 투두둑 떨어지는 신기한 광경.

어떤 사람이 신기해서 제보를 했고 이유가 밝혀졌는데.

수액이라며 사람들이 먹기도 했던 그것은 바로 매미 오줌!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가 오줌을 싼 것이었다. 충격 그 자체.

노린재목 곤충들은 빨대 형태의 입으로 나무 수액을 빨아먹는데, 수분을 과하게 섭취해서 오줌량이 많다고 한다.

(참고로 매미는 자기 몸의 300배에 달하는 수액을 마신다고.)

그래서 나무 밑에 주차를 하면 차 유리에 진액처럼 눌어붙는 게 다 이 매미 오줌이라는..

기온이 높은 날에는 오줌 배출로 수분을 증발시켜 체온을 내리기도 해서 오줌을 자주 싼다고도 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미 오줌은 나무 수액과 비슷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한다.

흐흑. 차라리 이럴 땐 모르는 게 약인 것 같기도 해.

알고 싶지 않았던 자연섭리야.

알고 나니 뭔가 사알짝 찝찝해부려.

친구는 왠지 매미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며 신이 났고 나는 입이 댓 발 나왔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 가져온 양산을 펼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무가 많은 동네라 매미가 정말 많아 밤에 개구리울음소리 대신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는 요즘.

(원래 매미는 낮에만 활동하지만 열대야와 폭염으로 활동 시간이 길어지고 가로등 불빛 때문에 착각을 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수컷 매미는 시골보다 도시에서 더 크게 운다고 하는데, 작게 울면 암컷이 듣지 못할까봐 라고.)

매미 너 진짜 열심히 사는 친구구나.

근데 말이야.


'수액을 적당히 먹자. 노상방뇨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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