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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by 김여생

나는 알쓸신잡처럼 알아도 쓸데없는 잡지식을 모으는 걸 좋아한다.

취향이 일관적이지도 않고 중구난방이다.

그래서 인터넷은 종종 나의 놀이터가 되곤 한다.

기분을 푸는 나의 방법 중 하나다.

일을 하다가 갑자기 드래곤볼이 나왔는데 카메하메하-라고 나오는 거다.

나는 분명 에네르기파-로 알고 있는데.

바쁠 땐 지나치지만 메모해 뒀다가 시간이 괜찮아지면 혹은 무언가 몰입하면서 놀고 싶을 때 찾아본다.

너무 더워서 손 까딱하기 싫길래 핸드폰으로 찾다가 재미가 들려 컴퓨터를 켜고 앉아버렸다.

유명하긴 했지만 초기 비디오판은 내가 너무 어렸을 때 나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냥 칠성구(용볼)가 갖고 싶었던 드래곤볼.

(근두운 타고 다니는 건 봤는데, 어려서 싸우는 장면은 무서워해 못 봤던 것 같다.)

'찾아라 드래곤볼- 세상에서 제일 스릴 있는 비밀.' 노래도 딱 여기까지만 외우고 이 부분만 불렀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알기론 에네르기파- 두 손으로 기를 모아 푸악 날리면 나쁜 놈들이 다 날아갔는데.

우선 에네르기는 에너지의 독일어 표기이다. (Energie)

독일 발음은 에네기지만 일본식으로는 에네르기가 된다.

(재밌는 정보, 이 단어는 일본과 북한에서 쓰이는데 북한이 일제강점기의 용어를 남한 보다 더 사용한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영된 드래곤볼에서는 에네르기파가 아닌 카메하메하다.

이 카메하메하는 왕 이름을 따온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상은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가 무천도사의 필살기니까 카메(거북이)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하고 고민을 하니 그의 부인이 카메하메하가 어때? 하며 제안한 것이 시초이다.

하와이 초대 군주 카메하메하 1세와 이름 읽는 법이 같아 걱정했지만 주인공이 사용하는 정의의 기술이라 채택했다고.

(카메=거북이, 하=~파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에네르기파를 사용하는데 초기 한국판 명칭은 판본에 따라 달랐는데 점차 서울문화사의 에네르기파로 통일되었다고 한다.

뭔가 카메하메하-보다는 에네르기파-가 조금 더 직관적이고 강해 보이는 느낌이 있다.

정말 실생활에서는 쓸모없는 지식이지만 알고 있으면 그냥 나 혼자 재밌는 놀이다.

그러다가 어디서 드래곤볼 팬을 만나면 이걸로 친해질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하고 열정을 불태워 보기도.

실제로 일할 때 놀이로 알게 된 지식을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드래곤볼도 언젠가 꼭 사용할 날이 오겠지.)

쓸모없는 지식이지만 빛을 발하기도 하는 거지.


청춘은 쓸모없는 것에 대한 열정이라고 했다!

고로 나는 아직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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