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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by 김여생

고양이가 새벽에 구토를 했다.

자다가 우오옭 우오옭 소리에 본능적으로 눈이 떠졌다.

지금은 아주 건강한 똥땡이 고양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하루 걸러 병원을 다니는 골골고양이였다.

어둠 속에서 몸을 꿀렁꿀렁거리는 나의 고양이가 보인다.

이때 괜히 아는 척을 하거나 '어유우, 우리 애기 많이 아파?' 하며 말을 걸지 않는다.

조용히, 그저 뱉어내고 싶은 것을 모두 뱉어내라며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지켜보고 기다린다.

고양이는 한 번 크게 뱉어내고 또 한 번 우오옭 하더니 조그맣게 총 두 번을 뱉어내고 끝이 났다.

경험상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닐 때가 있어서 치우기 급급함에 앞서 고양이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계속 관심을 가져준다.

나는 일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눈 한쪽은 떠지지 않고 반쪽이 감겨있는 상태였다.

고양이는 몸을 부르르 털더니 날 보고 으으잉 거린다.

'다 끝났군.' 우리의 대화방식이다.

주섬주섬 휴지와 소독 티슈를 가져와 내용물을 확인한 뒤, 꼼꼼하게 닦아내며 생각한다.

'사료밖에 먹은 게 없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낮에 병원에서 받은 소화제를 먹였는데 그게 좋지 않았던 걸까?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데 고양이가 다가와 냄새를 킁킁 맡는다.

(자기가 더럽게 해 놓고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면 으에엥하며 정말 잔소리가 잔소리가. 아주 성미가 고약한 주인님이다.)

소독 티슈로 두 번 정도 더 닦아내니 더 이상 킁킁하지 않는다.

시간을 보니 새벽 두시 반.

나도 모르는 태풍이 하나 지나간 것 같다.

고양이는 속이 편안해졌는지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오뚝이처럼 뒹굴뒹굴거린다.

나도 침대로 올라가 누워 있는 고양이한테 말한다.

'괜찮아? 배 좀 문질문질 해줄까?'

엄마 손은 약손, 살살 배를 문질문질 하니 그르릉 거리며 좋아하다가 눈을 스르륵 감는다.

(속이 안 좋을 때 엄마 손은 약손 해주면 나의 고양이는 좋아하는데, 이게 원래 고양이한테도 효과가 있는 걸까? 궁금해진다.)

예전 염증 약과 항생제를 달고 살던 시절이 문득 지나간다.

처음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아프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며 호들갑부터 떨기 바빴다.

조금 지나서 아픈 것이 익숙(?) 해졌을 때, 조금씩 깨달았다.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것. 그게 내 할 일이었다.

정말 거짓말 같지만 하다 보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모든 일들이 끝나있었다.

아이는 점점 안정화되어 갔고 우리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나는 이 고양이가 나에게 아주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며 깨달았는데 그중 단연 최고는 기다림이다.

우리네도 그런 것 같다.

서로 기다려 주면 좋게 지나갈 것을 기다리지 않고 몰아세우면 싸움이 난다.

어떠한 상황이 생겨도 믿고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

나는 이것만으로도 모든 관계가 조금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고양이가 물을 다 먹을 때까지.

다 먹으면 잡으러 가야지.

술래잡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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