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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by 김여생

어제저녁, 오랜만에 고통을 맛봤다.
요 며칠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은 나의 책임이다.
배를 잡고 뒹구르르 온 방을 굴러다녔다.
위경련처럼 온갖 장기에 경련이 일어난 듯 윽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약을 먹어도 쉬이 진정이 되지 않아 정신은 점점 희미해가는데 그 와중에 아 글 올려야 되는데 생각을 했다.
결국 12시가 되기 몇 분 전 올렸던 것 같다.
입이 문제야 아니, 나의 머리가 문제일까.
왜 먹지 못하게 제어를 안 하니.
'모르겠고 오늘부터 다시 죽이다!'
죽 먹어야지 뭐.
그래도 좋아하니까 오케! 하며 무슨 죽을 만들까 고민해 본다.
미역죽? 야채죽? 고기죽? 생각하다 어제가 슬며시 떠오르면서 흰죽을 쒔다.
'좀 심각하게 아프긴혔어. 흰죽 먹어야지 후후.'
오만방자하게 먹다가 아프면 다시 조신해진다.
이젠 좀 건강하다 싶어 살짝 정신을 놓으면 이노옴! 하고 혼내러 온다.
매번 겪지만 매번 적응이 안 돼.
오늘 나가야 했던 스케줄은 모두 취소가 되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비가 온다.
'네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아주 세차게 주룩주룩 잘도 내린다.
습하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내리는 비는 언제나 환영이지.
'그래 나갔어도 계속 우산 들고 돌아다니기 힘들었을 거야.'
괜히 날씨를 탓해본다.
덕분에 하루 종일 독서 삼매경이다.
도서관에 갔다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또 주섬주섬 들고 왔다.
나에게 도서관은 백화점이자 마트이자 시장이다.
항상 재밌고 즐겁고 아늑한 곳이다.
신식 도서관이라 종이 냄새가 덜 나긴 하지만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서 좋다.
책을 맘껏 읽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만화방 가서 책 읽으면서 짜장면 먹고 싶다.'
생각이 스친다.
아, 어제 그러고도 짜장면 생각을 하다니.
진짜 못 말리는 인간이다.
투덜투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등 혼잣말을 해본다.
'근데 만화방 가면 항상 배고프긴 해.'
만화방 갔는데 물만 마시고 오는 건 정말 심심 그 자체잖아.
뭔가 씹어줄 거리라도 먹어줘야 하는 거 아냐?
하니 또 맞는 말 같다.
하고 싶은 게 생기니 기운이 솟으며 빨리 낫고 싶어진다.
그래 지나간 건 지나간 거지.

얼른 추슬러서 만화방 가보자고!
(짜장면은 조금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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