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박물관
아스팔트 길을 달리다가 어느새 울퉁불퉁 돌길로 접어들었다. 자동차는 타이어에 탄력을 받아 덜컹덩컹 건물 사이를 능숙하게 지나갔다. 차가 들어가도 되는 길인가 싶게 좁은 길이었다. 더욱이 길가 건물에는 상점이나 야외 카페가 즐비해 있었다. 우리가 탄 검은색 벤은 건물들로 밀집된 사거리에서 멈췄다. 난처한 표정의 아저씨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 쪽으로 갔고 우리의 짐을 하나씩 내렸다.
차에서 내리자 사방은 온통 중세시대 유럽식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야외 카페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나 골목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관광객처럼 보였다. 주소만 보고는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기사 아저씨의 마지막 손짓은 이 근처 어딘가에 있으니 찾아가라는 표시였다. 동서남북도 알 수 없는 사방으로 난 길에서 숙소를 찾는 건 쉬워 보이지 않았다. 건물 벽에 붙은 번호를 따라가 보니 내 키의 두 배보다 큰 아치형의 나무 대문이 나타났다. 숙소는 번화가 중심에 있었다.
거대하고 무거운 아치형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높은 천장의 복도가 나왔고 그 끝에 돌계단이 4층까지 이어졌다.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우리는 캐리어를 들고 헉헉대며 맨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꼭대기 층에는 문이 두 개 있었고 우리 숙소는 왼쪽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청소하시는 이탈리아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새벽에 도착하는 바람에 우리는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들어오게 되었고 주인아저씨는 미리 입실하여 짐을 놓고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치형 대문을 밀고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나는 이 건물에 대한 경외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둑하고 동굴 같은 울림이 있었는데 오렌지빛 전등이 희미하게 공간을 비추고 있었고 내가 밟고 걸어가는 돌바닥, 벽면에 붙어있는 조각들, 계단을 둘러멘 난간들, 올라가며 마주치는 나무 현관문 등이 모두 중세시대의 고풍과 우아함을 고즈넉하게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물과 같은 과거 속에 머물 수 있게 된 것 같아 솟아나는 기쁨과 기대를 억누르기 어려웠다. 숙소 내부도 유럽의 한 귀족 가족이 살았을 거 같은 기품이 느껴졌다. 물론 에어비엔비라는 상업적 목적으로 훌륭한 인테리어를 하여 집을 내놓았다 하더라도 이 공간에 누적된 수많은 세월과 역사의 흔적은 무엇으로도 대신하여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낡은 시간과 햇살이 뒤섞여 이 공간 곳곳은 오래된 이야기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이 숙소가 왜 에어비엔비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궁금증은 계속되었고 이 숙소를 떠날 때 집주인한테 이 건물의 역사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지만 중세 후반에 지어져서 약간의 변화를 겪었어요. 르네상스 시대를 거쳤고 이 건물은 로마의 역사 중심에 있는 가장 오래된 3개의 궁전 중 하나입니다. 모두 개인집으로 살고 있지만 시정부에서 미술관으로 보호하고 있어서 건축물 계약서에 문화탐방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일반인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답니다. 우리 가족은 몇 년 전에 이 집을 샀고, 우리 옆집은 대대로 이 건물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휴가 중이라 돌아오면 더 자세한 정보를 물어보고 전달해 드릴게요.
그의 휴가에 방해가 될 거 같아 우리는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았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덩커덩 하는 옆집의 문 닫히는 소리가 가끔 들려왔다. 대대로 살고 있다던 옆집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알 길도 접할 길도 찾아가 똑똑할 용기도 없었다. 나는 이 숙소를 탐방하던 중 어마어마한 무엇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