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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Stealer Aug 24. 2024

레오나르도 다 빈치 + 공항

로마의 첫인상은 모나리자의 미소  

현지 시간 오전 6시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 로마에 오고 나서야 로마 공항의 다른 이름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로마 공항이나 피우미치노 공항은 인천 공항처럼 그 지역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이었다. 피우미치노는 인천과 흡사한 지역으로 고대 로마 시대 때 항구였다. 피우미치노 공항 즉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은 인천 공항처럼 해안을 끼고 만들어진 공항이었다. 


이탈리아에 첫발을 디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은 인천 공항과는 달리 아담하고 조용하면서 입출국을 위한 기능적 요소가 다분해 보이는 평범한 공항이었다. 천장도 높지 않고 불빛 조명도 어두운 편이라 한 해 수천만 명의 시끌시끌한 관광객이 드나드는 공항이라고 하기에는 좀 얌전한 공항이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

일일투어 때 가이드 말로는 레오나르도는 토스카나의 '빈치'라는 마을에서 태어나 피렌체와 밀라노에서 활동한 화가라고 했다. 그런데 왜 엉뚱하게 로마의 공항 이름으로 붙여졌을까. 문득 궁금해졌지만 로마의 공항 이름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것만으로 이탈리아가 더 멋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한국사람 모두가 세종대왕을 칭송하듯 이탈리아 사람들도 모두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칭송하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어디에 무엇으로 쓰든 그만한 가치와 명성을 지닌다는 것일 게다. 그는 예술가로서 뿐만 아니라 과학자나 발명가로서 그의 업적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항 이름부터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는 레오나르도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모나리자>로 전 세계에 명성을 날린 레오나르도는 사생아로 태어나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었지만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보였다고 한다. 사생아 신분이기 때문에 아버지처럼 공증인도 될 수 없고, 자신이 원했던 의사도 될 수 없었던 레오나르도는 혼자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섭렵하면서 자신의 영감과 지식의 세계를 넓혀나갔다. (역시 위인들의 삶에서 독서는 빠질 수가 없다.) 그러나 레오나르도의 신분으로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이란 화가였고, 그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안드레아 델 벨로키오라는 화가의 공방에서 견습생으로 그림을 시작하게 된다. 스승인 안드레아의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라는 그림 작업에 레오나르도도 함께 참여하여 그림 중 왼쪽 하단에 두 명의 천사를 그리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스승보다 뛰어난 솜씨를 보여 세간의 놀라게 한 것이다. 이후 안드레아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그야말로 ‘청출어람’이라는 말은 이때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런 그에게도 결점이 있었다고 하는데, 일감이 주어지면 끝까지 완성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일생 동안 레오나르도가 그린 그림 중 완성본은 스무 점도 안 된다고 하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나리자> 그림도 미완의 작품 아닌가. 갑론을박도 많고 학자마다의 가설도 많은 <모나리자> 작품을 한번 생각해 보자. 미완성 작품이라는 눈썹이 없는 모나리자의 야릇한 미소로 하여금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이목을 모으면서 <모나리자>는 조 단위의 가치를 뽐내고 있으니, 레오나르도가 일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건 결점이 아니라 그의 고차원적인 화법(畵法)이 아니었을까.


레오나르도는 미완의 작품들을 통해 어쩌면 '삶이란 미완성'이라는 것, 예술에는 '완벽함이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은 이름만으로도 천재가 살았던 나라에 입문하였음을 선포하는 것 같았다. 화려한 광고판 하나 없는 소박함, 심지어 어둑하고 검소한 불빛이 공항을 메우고 있었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은 예술의 공간으로 가는 통로로서 최고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에서 약 두 시간 동안 픽업 기사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연락 두절이었던 두 시간,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에서 예술의 향연을 음미하는 동시에 좀도둑의 자유도 보게 되었다. 이상과 현실의 양 극단을 목격하게 된 이 공간. 로마의 첫인상은 모나리자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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