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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윤희 Oct 29. 2024

밤새 아이가 죽는다


  여기

  가장 가짜의 방


  고사리가 자라나는 유리병

  가지고 싶다

  이러한 나의 욕망은 나의 손보다 큰 분무기가 가져다주는 손등의 통증을 책망한다


  냉장고 속에서 영원한 자몽

  가지고 싶다

  썩지 않는 과육이 영원히 동그란 채 나무가 될 수 없음을 슬퍼한다


  토슈즈를 신은 곰인형

  대리석 위에서 춤을 추다가 넘어진다


  바짝 벼른 칼날 

  그 자체보다 칼날을 벼르는 소리가 무섭듯 

  가엽고 가벼운


  고무나무의 단면에서는 하얀 진액이 흐를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콸콸 흘렀다


  이를 말려야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데

  칼날에 묻은 진액부터 마른다


  미처 닦아내지 않았다는 무참한 사실로부터

  부식되는 것들이 있다


  때때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데

  방법론은 무수하다


  뿔을 베인 사슴이 실은

  전설 속 동물이 되는 세계


  여기

  이토록 불가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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