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고요는 모든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밤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얇은 실처럼 마음 곳곳을 휘감으며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으면 유난히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잊으려 해도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모습, 자꾸만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 그리움은 이렇게 불쑥 찾아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와 함께했던 사소한 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모든 것이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실감한다. 평범한 드라마 한 편조차도, 소파에 나란히 앉아 나눈 대화도, 함께 찍었던 인생 네 컷도 그가 없이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거리 한 구석에서 들었던 버스킹마저 그를 떠올리게 한다. 이 모든 기억을 덜어내고 싶지만, 마치 그를 완전히 잃게 될까 두려워 차마 버리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희망이 남아 있다. 언젠가 이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평범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그리움이 짙어 새벽마저 무겁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도 희미해질 날이 오리라 믿어본다.
하지만 오늘 밤은 아직 그날이 아니다. 그의 향기가 머릿속을 맴돌고, 베개에 얼굴을 묻으면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정말로 그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정말 잊고 싶은 걸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답을 찾지 못한 채, 어느새 새벽은 날을 밝히고 있다.
지독한 새벽 속에서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그리움은 내 안에서 자라지만, 언젠가 이 밤도, 이 향기도 바람처럼 흩어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리움을 안고 또 하루를 버텨낼 뿐이다.
이렇게 적어두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어쩌면 새벽이란, 고민과 그리움을 품고도 살아갈 용기를 주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