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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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하나를 닦더라도 물기 없이 깨끗이 닦아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 등 남다른 열정과 헌신을 보였다. 불과 5년 만에 본사 마케팅 이사가 되었는데 그 기업이 미국 외식업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다. 신데렐라로 불리는 가델라는 끈기, 헌신, 열정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세상을 살아간다고 하였다.
(* 건설현장 화장실 청소를 2달 남짓 안 되게 했다. 남의 대소변을 닦는 일, 처음엔 소변기, 좌변기에 묻은 대소변을 닦아내는 것도 솔직히 꽤나 힘들었지만 변기가 막혀있을 땐 두 눈을 감아버렸다. 이걸 어쩌나 그래서 생각한 게 선글라스를 끼고 뚫어야겠다 싶었다. 아침 조회시간에 성수동에 놀러 가서 51만 원을 주고 사버린 자크뮈스 선글라스가 타인의 막힌 변기를 뚫는 데에 쓰일 줄이야. 그 뒤로 변기를 뚫는 상황은 감사하게도 없었다. 많이들 협조해 주시고, 주의해 주신 덕분이라 생각한다. 나는 하나를 닦더라도 물기 없이 깨끗이 닦았나? 싶지만 그냥 최선을 다해서 다이소 도구들로 닦으려고 애썼다. 아마 내가 청소하고 첫 변기를 쓰는 사람이 그나마 가장 깨끗한 상태에서 쓰셨으리라 생각된다. 화장실 청소는 출근해서 한 번만 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지저분해지면 그것까지 내가 체크를 하지는 못했다. 남자화장실 들어가는 것조차도 민망할 때가 있었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는 경지에 이르렀고, 그저 일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했다. "젊은 사람이 왜 이 일을 하게 됐냐" 많이들 물어보셨다. 실업급여가 끝나는 시기였고, 내가 마음에 가는 직장은 딱히 공고가 올라오지 않았고, 근로 급여는 받아야 하는데 그러다가 좁은 문이나 밑바닥은 어떨까 싶었다. 그렇다고 모든 청소일을 하는 사람이 밑바닥이라는 뜻은 아니다. 청소사업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월 500만 원 이상 벌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시간싸움인 건데 나처럼 고정적으로 어느 한 곳에 묶여서 일을 하게 되면 그저 정해진 시간만큼만 받게 되지만 청소 사업이나 건당 많이 주는 곳으로 남들 다 자는 시간에 하게 되면 돈은 쓸어 담게 되어 있다. 추가로 너무 좋은 직장, 너무 그럴싸한 직장만 고집하는 것도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지원했다. 하고 나니 드는 생각은 세상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월에 한 번 꽂히는 돈. 급여. 돈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어느 누가 돈을 싫어할까. 그래서 나는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또 갈아타게 된다. 기회는 여기저기 많았다. 가델라가 강조한 끈기, 헌신, 열정 나에게는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행동이 나름 빠르다고 자부하는데, 젊을 때 돈을 바짝 모아놔야 노년에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거, 두세 번 고민할 거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돈을 버는 재미도 있지만 돈을 쓰지 않는 재미 또한 익히고 있으니 그 속도가 조금은 더 빨라지길 바랄 뿐이다.)
(* 정신건강수련생 시절에 대학교 후배가 내가 근무하던 병원에 봉사자로 왔었다. 와서 나에게 현장에서 근무하는 선배 인터뷰가 과제였고, 나 또한 현장 근무하는 선배들에게 인터뷰 따오는 게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흔쾌히 응해줬던 기억이 있다. 나는 성실. 인내. 끈기라고 답변을 해줬다. 2018년도 수련생 때는 저 자질이 잘 발휘가 됐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왜 어려워졌던 건지 지금 이 후배는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고 말을 했지만, 그때 후배는 "그럼 너무 자주 할 수도 있어요."라고 카톡 답장을 줬다. 그 뒤로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Q2. 정신보건부야에서의 직업을 갖기 위해서 꼭 필요로 하는 자질이나 역량이 있을 까요?
A2. 어느 분야든 필요한 자질이겠지만 성실. 인내. 끈기가 필요한 것 같음.
이유는 사회복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분야로 끊임없이 자원을 발굴해야 하고 클라이언트 또는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사명감이나 봉사심만으로는 현장에서 지속적인 근무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됨. 특히나 정신질환자들은 증상적인 면으로 자신의 욕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긍정적 rapport 형성과 욕구 파악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성실. 인내. 끈기라고 생각함.
(* 사람 마음을 얹어내기가 이렇게 힘들다. 성실한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상대방 마음이 열릴 때까지 인내심도 있어야 하며 이 두 가지를 하기 위한 끈기도 있어야 함을 나는 실제 수련하면서 알게 됐다. 그저 인터뷰 분량을 채워주기 위함이 아니라 실제 느낀 바를 퇴근 10분 전에 솔직하게 적어서 줬다.)
이은예는 어린이를 직원 휴게실로 안내해 발을 녹이게 하고 자신의 신발을 기꺼이 벗어 주었다. 주위에서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를 듣긴 했죠. 하지만 가족이라면 추운 데서 떨고 있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보진 않았을 겁니다. 그녀는 입사 후 1년 만에 베스트 서비스 맨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1호봉 특진 혜택. 미소경진대회의 튤립상, 품질 서비스 경진대회 회장상 등을 받았다. 입사 4년 만에 서비스 아카데미 강사로 전격 발탁되었다( 그녀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동료들이 하나둘이었을까?)
(* 뭐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동료의 사기를 꺾는 직원이라 생각된다. 그냥 대충 넘어가지요? 이거 매일 써야 해요? 이렇게 말하는 동료들은 그냥 입에 딱밤을 한대 놔주고 싶더라. 그걸 왜 써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그게 불필요한 작업이라 생각이 든다면 상부에게 얘기해서 없애라. 그걸 하는 사람은 괜히 하는 게 아니다. 필요성이 있고,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서 쓴다. 나도 저 연차 때는 그랬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인마이포켓하는 것도 아닌데? 근데 언제 가랑비 바지 젖는 줄 모르고, 조금이라도 틈새를 보이거나 세부적으로 안 하면 안일해지게 된다. 어디 모 직장에서는 가짜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최대한 가라를 안 쓰게끔 알려주는 게 아니라 가라를 쉽게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중간 관리자는 팀장님한테 혼났다. 아직 저연차인 친구들에게 뭘 가르치냐며, 하얀 손을 쉽게 검은손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지 말라며 혼나는 모습도 보여주셨다. 모든 편하고 좋은 거를 추구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까지 편하게 만들어버리면 문제와 사건사고는 조용히 천천히가 아닌 빠르고 시끄럽게 대형사건으로 찾아오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