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오늘, 그 시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날. 그 수업은 조별 활동으로 파워포인트로 수업자료를 만들고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일주일 전, 같은 조 아이들과 모여서 자료를 만들기로 했는데, 잘 해내고 싶은 나의 마음과는 달리 준비가 쉽지 않았다. 조장이었던 나는 결국 혼자서 자료를 만들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각 조마다 돌아가며 앞으로 나가 이야기를 했다.
우리 차례가 되었다. 열심히 발표하는 도중, 갑자기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거 누가 만든 거야? 너희들 다 같이 한 거 맞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에게 주어진 예상치 못한 질문. 나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주변의 눈빛들은 이제 더욱 뚜렷하게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조원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고. 선생님의 시선과 함께 강의실 안의 모든 시선들은 내게 집중되었다. 조별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했다는 것에서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조는 단체로 매를 맞았다. 그 당시에는 잘못을 하면 매를 드는 게 당연했고 익숙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었던 나는 처음으로 매를 맞은 순간이라 너무 수치스러웠다. 완벽하 아이가 되지 못하고 흠이 하나 생긴 것 같았다. 맞은 부위보다 수치심이 날 더 힘들게 했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무서웠다.
커가면서 이 불안감도 자연스레 없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졌다. 위에서 누가 날 꽉 잡고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에는 땀이 흘렀다. 자연스럽게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했다. 언제까지 날 불안이라는 감옥에 가둬 둘 텐가.
사회 초년생이었던 20살 초반, 첫 직장에서 행사 사회를 맡게 되었다. 상사의 지시를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행사 당일 아침까지 달달 외우고 사람들 앞에 섰다. 불안은 역시나 찾아왔다. 똑딱똑딱 시곗바늘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그때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가 다가와 물었다.
"왜 그렇게 떨어?"
나는 솔직하게 내 안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 집중되는 느낌이 무섭다고. 마치 항상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이야기를 들은 동료가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열심히 준비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겐 만족스럽지 못한 불편한 사회일지라도 단 한 명이라도 즐거움을 느꼈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말이다.
그 후 나는 점점 불안함에서 벗어나고 나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들이 나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눈에 띄게 나를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눈에 띄게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면서, 내 안에서 자신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에 진심이 담겨 있고 나만의 가치를 알고, 다른 사람들의 눈빛이 덜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불안은 우리 삶 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어려움 중 하나다. 때로는 불안이 우리를 지배하고 휩쓸기도 하지만, 삶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이를 극복해내야만 한다. 나는 먼저 나의 불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내가 왜 지금 불안한지를 인식해야만 불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며 사람들의 시선이 나의 불안임을 인지하였고, 그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 행동을 했는지도 떠올렸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불안을 느끼는구나를 알아차렸다. 완전한 통제는 어렵지만, 불안을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배우고 지금도 시도해보고 있다. 우리 삶 속에 늘 함께하는 동반자인 불안. 더 이상 불안이 내 삶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길 바라며 말이다.
불안을 이겨내며-
다섯 번째 오늘, 끝.
• 오늘의 질문 일기 •
Q1. 나의 불안은 무엇인가요?
Q2. 불안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