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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Oct 24. 2024

배수아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를 읽고 배수아 작가의 책을 더 읽고 싶어서 빌렸는데, 첫 번째 소설의 처음 부분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그대로 덮어둔 채 한동안 방치해놓았다.

그러다가 문득 펼치고는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보다도 기묘해서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오랜만에 한국 문학을 읽으니 한국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한국어의 아름다움이 좋았다.


  

     본문   

그것에 대해서 쓰는 것은 회색 바탕 그림 속의 회색 옷을 입은 회색빛 남자를 회색으로 덧칠하는 것과 같은 행위가 된다. 

행복하지 못하다는 감정이 죄의식과 연결되는 것은 무언지 모를 막연한 자신의 과실로 인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느 순간들을 그대로 헛되이 흘려보냈다는 과도하게 예민한 책임감에서 기인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서로 가깝게 느끼고 말하지 않은 것도 이해해주는 그런 관계가 있는 반면에,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도리어 서로를 불편하고 서먹하게 느끼게 되는 친구도 있는 법이라면, 그들은 불행히도 후자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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