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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울 Sep 29. 2024

홀로 그리고 빈자리

익숙함과 소중함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혼자라는 시간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여행도 가봤습니다. 가끔씩 외로워지는 감정이 더는 무섭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홀로 서는 법을 어느 정도 배운 것 같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더 이상 못할 것 같던 일들이 하나둘씩 적응이 됩니다.

내가 이렇게 강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가 점점 좋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마음 한편에 있는 빈자리는 어떤 일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자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로만 채울 수 있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혼자일 땐 그 무엇도 이 자리를 채워준다는 느낌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이 자리는 채워졌다 비워졌다를 반복하며 점점 헐거워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힘을 쏟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이 빈자리가 영원히 채워지는 날이 올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던 연들은 나의 최선으로 이어갈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빈자리는 다시 생겼습니다. 사랑은 노력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습니다.


허무하고 속상합니다.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사랑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내가 잘난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겉모습보단 속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도 겉모습이 어느 정도는 맞아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 빈자리를 위한 남은 힘은 단 한 번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신중해지고 더더욱 조심스럽습니다.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확신으로 갖고 싶습니다.


저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겐 이 빈자리는 채워졌다 비워졌다를 반복하겠지만 언젠가 이 빈지리가 꽉 채워져 더 이상 비워지지 않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인생은 그때부터 제2의 인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홀로 그리고 빈자리가 아닌 둘이 그리고 완벽하게 채워진 자리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할 것입니다.




#빈자리

#홀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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