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잊힐 때면 한 번쯤 찾아와 나를 건드리곤 합니다. 특히, 그 손가락이 새끼라면 일상생활을 하며 은근 불편한 게 많습니다.
컵을 쥘 때도, 키보드 속 타자를 칠 때도, 무언갈 만질 때도 자꾸만 한 번씩 통증을 주며 기억을 되새김질합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픈 새끼손가락과 비슷한 사랑을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잊힐 때쯤 한 번씩 생각나고, 같이 갔던 장소, 좋아하던 음식, 둘 만의 했던 추억이 보이면 미미한 통증을 주곤 합니다.
그 마음의 통증들은 참을 수 있지만 오히려 잔잔하기에 더욱 가슴 깊숙이 박히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사랑을 열정적이게 했다는 의미기도 아닐까 싶습니다.
차라리 이별할 당시에 크게 아프고 잊히는 사람이 낫습니다. 앞으로의 내 삶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테니까요.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사람만큼 못된 사람은 없습니다. 한 사람의 기억에 평생 각인을 새긴 거나 마찬가지니깐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이제는 조절할 수 있는 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한 이 아픈 손가락이 늘어난다면 미미한 통증이 쌓여 이제는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베였던 상처가 아물고 예전처럼 돌아가기엔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는 말도 맞지만 비가 오거나 내 몸을 베였던 물건을 보면 그 자리가 다시 아픈 것처럼 느껴지는 만큼 심적인 치료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그저, 더 좋은 사람.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자리를 메꾸는 방법 밖엔 없습니다.
잔잔한 통증을 주는 만큼 잔잔한 사랑을 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사랑을 한 번에 힘 쏟고 지치는 사람이 아닌 평생을 걸쳐 내 사랑을 조금씩 나눠주며 그 사랑을 잃지 않는 사람을 만났으면 합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그 손가락이 새끼손가락이기에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손가락이 아닌 내 손 전체를 다쳤다면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내가 느꼈던 불행보다 더욱 큰 불행이 아니라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지금 이 순간을 이겨낸다면 똑같은 통증이 와도 지금보단 잘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친 손가락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은 상처는 언제 다친 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별 것 아닌 일이 되기 마련입니다. 다쳤을 땐 그 무엇보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만 그 다침에 의미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별도, 안 좋은 일도 결국 지나간 과거가 될 뿐이고 미래의 나에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습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좋지 않을 일이 1가지 생긴 것뿐입니다.
안 좋은 일은 생길 땐 좋지 않은 일들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시기를 이겨 낼 수 있을지 가끔은 시험을 들게 한다고 생각이 들 만큼 어려운 시기도 있습니다. 이런 시기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분명 이겨낼 수 있는 시련일 것입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겨서 그 일에 갇혀있다면 다른 좋지 않은 일들을 가져올 뿐입니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그 상황을 나아가냐에 따라 그 시기도, 그날의 기분도 다를 수 있다는 걸 생각하고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원래 내가 겪는 일이 가장 힘든 법입니다. 내가 겪는 일에는 사소한 일이 없고 매 순간 나를 시험에 들게 하기도 합니다. 타인이 봤을 땐 별거 아닌 일 일수도 있지만 당신의 그 힘듦을 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사소한 일상조차 힘들었던 나이기에 당신이 받는 스트레스가 큰 일이라는 걸 인정합니다. 당신의 겪는 그 일들을 이겨내기를 바라봅니다.
누구에게나 아픈 새끼손가락은 존재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숨겨진 흉터도 있습니다. 단지, 그 흉터들을 꺼내보며 살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마,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몸의 방어적인 태도 일 수도 있습니다. 흉터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면 그건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 분명하기에 지금 이 통증은 다시 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