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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로 터득한 신발빨래

봉사활동으로 깨달은 신발 세척법

by 온세

한동안 노인요양보호센터에 봉사를 다녔다.


처음 맡은 과제는 ‘실내화 닦기’


노인분들 실내화 48켤레를 깨끗이 닦는 것이었다.


화장실로 나를 안내해주신 직원 분께서는 락스물에 신발을 담아놨다고 하시며 솔로 문지르라는 미션을 주셨다.



신발 빨레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뚝딱거리기 바빴다. 신을 세워보기도 하고 눕혀보기도 하고 솔을 이리 잡았다 저리 잡았다.



손이 여간 아픈 것이 아니었다.

분명 우리 엄마도 나 초등학생 때 이렇게 실내화를 닦으셨겠지…


어느정도 닦다보니 내공이 생겼다. 처음에는 안쪽에 있는 패드를 먼저 닦고 바깥 머리 부분을 이어 닦았다. 양쪽 사이드는 신발을 세운 채로 닦으니 잘 닦였고 끝 모서리는 살짝만 긁어주어도 깨끗해졌다.


무엇보다 흑색 묻은 실내화가 새하얀 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쾌감과 성취감이 느껴졌다.


두 시간을 쪼그려 앉은 채 실내화 세탁을 마무리하며 느낀 것은 이랬다.


‘생각보다 별 거 아녔네…’


전에는 신발 빨래가 엄청 거창하게 느껴져서 최대한 너덜해질 때까지 신다가 버리기 일쑤였다.


근데 한번 해보니, 이거 생각보다 별게 아니다. 바로 유튜브를 켜서 ‘운동화 세척하기’를 검색했다. 원리는 비슷했다. 세제를 풀어넣은 물에 신발을 넣어놓고 때를 불린다음 솔로 닦는 것.


누군가는 일반 세탁 세제만 넣는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세탁 비누로 닦는다고 하고. 전문가들은 여럿이지만 나는 대개 많이 사용하는 베이킹소다 세척법을 활용했다. 마스크는 필수다.


다이소에 가서 대야, 화장실 의자, 베이킹 소다, 솔 을 샀다.


‘내 손으로 신발 빨래를 하다니, 나 꽤 어른이다.’


나름의 자화자찬?을 하며 화장실에 의자를 두어 앉았다.


세제와 베이킹소다를 한번에 넣고 거품이 날 때까지 풀어주었다. 신발을 물에 가득 잠기게 한 다음 좀 기다려야… 하는데 나는 성격이 급해서 바로 거품을 내어 솔로 닦기 시작했다.


솔은 2개를 샀다. 하나는 딱딱한 거, 하니는 부드러운 거. 신발 밑창은 딱딱한 솔로, 앞머리는 부드러운 솔로 해주어야 한다고 어느 프로세탁러가 말했다.


확실히 부드러운 솔로 하니 운동화의 가죽을 덜 손상시키는 것 같아 부담이 줄었다.


그렇게 마무리된 나의 첫 신발 세탁


중간에 선이 진 부분은 아무레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 아쉬웠다. 표백 기능에 있는 걸 사용해야 했을까 싶지만, 어차피 실내 운동용이기에 이정도로 만족하고 쓰려고 한다.


거창하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이게 도전의 묘미 같다. 봉사활동도 내게는 큰 발딛음이었는데 그곳에서 얻은 생활팁을 집에 와서 새롭게 활용해보는 것은 대단헤 즐거운 일이다. N년 동안 혼자 살아도 여전히 해보지 않은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라이프를 즐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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