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차 자취러입니다
“자취 vs본집”
내게 이 밸런스 게임의 답은 항상 자취였다. 그리고 지금도 자취를 선택하겠다.
그런데도 아주~ 아주~ 가끔은
본집에 들어가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의 장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장점]
돈을 아낄 수 있다: 월세, 공과금, 생활용품비 등의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함께 있어서 재밌다: 부모님과 함께 가벼운 얘기를 하는 시간이 즐겁다
[단점]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야 한다
4인 가구의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
반대로, 자취의 장단점은 이렇게 볼 수 있다.
[장점]
생활이 자유롭다: 밤늦게 들어오거나 밤에 나가도 간섭이 없다
가족들과 더 애틋해진다: 만나서 얘기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오히려 더 전화를 하게 된다
식습관을 조절할 수 있다: 엄마밥은 먹다 보면 맛있어서 살이 찐다,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
독립적으로 사는 방법을 터득한다
방을 내 맘대로 꾸밀 수 있다
에어컨, 보일러를 마음대로 틀 수 있다
[단점]
가끔 외로울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퇴근하고 반겨주는 사람이 없어 아쉽다
돈이 왕창 깨진다: 들숨 날숨에 돈이 나간다. 월세, 공과금은 고정비에 여기에 인터넷비, 샴푸나 린스 같은 생활용품까지 구입하면 끝도 없다(그리고 이런 생활용품은 동시에 고갈된다)
적어놓은 것만 봐도 나에게는 자취의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다.
나는 자취를 하면서 혼자 세상을 사는 법을 배웠다.
부동산을 다니면서 집을 알아보는 경험도 해보았고, 변기가 막히거나 배수관이 막힐 때 해결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고 이불 빨래를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습관도 생겼다.
해마다 요리실력이 (아주 조금씩이지만) 늘고 있고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끔은 외롭긴 하지만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또한 배웠다.
막무가내 소비패턴에 ‘나가서 사니까’라며 합리화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배달요리보다는 집밥을 해 먹고,
원룸 인테리어보다는
미래의 ‘진짜 내 집’ 인테리어를 상상하며
가계부를 쓰고
소비에 대한 기준을 세우니
나가서 살아도 통장에 구멍이 없다.
물론 처음부터 돈을 잘 관리했던 건 아니었다.
자취한다는 핑계로 매일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원룸에 두고 싶은 이쁜 쓰레기들을 사던 때도 있었으니까.
건강한 자취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지금, 나는 독립해서 사는 것이 너무 좋고 계속 이어가고 싶다. 함께할 누군가가 생기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