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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도 습관이더라

책에 안기기

by 온세


‘독서를 해야하는 백 가지 이유’


네이버, 유튜브 등 각종 사이트에 책을 읽어야 이유를 검색하면 각양각색의 이유들을 발견한다. 대부분은 비슷하다. 독서는 지식을 고양시키고, 창의력을 높이며, 유익하고 등등등…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 말고,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작년 9월, 그러니까 나의 멘탈이 와장창 무너져있던 때였다. 퇴근하고 주로 하는 일은 유튜브 보기. 특히, 자존감 향상,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한 ‘심리치료’ 영상을 자주 찾아보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면, 힘들 땐 ‘자기계발’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 ‘독서’였다.


그 당시에는 의지할 곳도, 매달릴 곳도 없었으니 밑져야 본전이지 생각했다. 통신사에서 우연히 얻게 된 밀리의서재 무료구독권을 등록해 e북을 읽기 시작하고 주말에는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도서관은 정말 ‘가성비 있는’ 문화 공간이다.


나는 꾸역꾸역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 꾸역꾸역이냐면… 어릴 때 책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나였기 때문이다. 국어도 만년 4등급. 그런 내게 책 읽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 문장을 읽어도 소화해내지 못한 기분이다.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튕긴 것 같은.


그러나,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은 있었다.


잡생각이 덜하다는 거!


그래서 처음에는 자기계발, 심리 위주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런 책들로 일상을 채우고 있는데 친구가 SF 소설을 추천하는 것이다.


소설? 더군다나 SF?

일단 소설, 잘 안 읽는다.

SF? 영화도 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결국 SF도 인간에 대한 얘기거든.



무언가 머릿속에서 딩— 하고 울린 것 같은 말이었다.


그 말에 홀려 친구가 추천해 준 SF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내게 소설은 그저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 일종의 텍스트에 불과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인간의 본성, 나약함, 두려움 등에 대해 고뇌했다.


<라스트젤리샷> 청예

그리고 깨달았다. SF란 하나의 장르일뿐이고, 로봇 등의 기술은 작가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그 내면에 작가가 하고싶은 진짜 이야기를 독자에게 던지면 독자는 그 의미를 탐색한다. 그것이 진정한 독서임을 알게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내 행복은 월급날 책방에 가서 책을 사는 것이다. 월1회, 5만원 이내. e북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책의 종이를 넘기는 그 그립감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실물 책을 조금은 고집하는 편이다.


또한 도서관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한 몫했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면 자녀와 함께 책을 읽으러 온 부모님들이 많으시다. 책 속에 둘러쌓여 서로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주말이란, 적어도 내 눈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나도 내 자녀와 저런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의문은 어떠한 해답으로 이어졌다. ’그럼 나부터 책을 좋아하자.‘


언젠가 김영하 작가님이 티비 프로그램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서점에 가면 부모는 꼭 자녀가 ‘읽고싶어 하는’ 책은 내려놓게 하고 자녀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쥐어준다고. 그게 만화책이든 뭐든 간에 책에 대한 아이의 선택, 취향을 존중하고 혹여나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었다고 해도 그런 실패도 꽤 괜찮다는.

어린 시절, 소설 책 한 권을 집어들면 문제집을 사라는 말을 들었던 나와는 달리, 나는 내 자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OO이는 이런 내용의 책을 좋아하는구나. 이 책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다 읽고 얘기해줄래? ”


책이라는 건, 혼자 읽고 덮을 때보다 누군가와 그 내용을 공유할 때 더 마음속에 남는다. 어쩌면 2월에 친구와 새롭게 시작할 독서모임을 생각해 낸 것도 책의 내용을 좀더 깊게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여나 누군가 지금 마음이 힘들다면 그리고 돌파구를 찾는다면 나는 책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책은 때로는 사람의 품보다 더 넓은 포용력으로 우리를 감싸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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