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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이 주말에 바쁜 이유

by 온세

가족들이랑 함께 살 때의 기억 중 하나, 바로 일요일 아침부터 울려퍼지는 동생의 피아노 소리.


동생은 피아노를 정말 잘 쳤는데 힘이 좋아서인지 온 아파트에 다 들릴 것처럼 소리가 컸다. 보통 동생이 피아노를 치는 시간은 일요일 오전 10시. 가족들은 모두 깨어있을 시간이지만 나는 아니었다.


고등학생에게 주말이란 밀린 잠을 자는 날이다. 평일에는 7시반까지 등교해 매일 야자에 토요일까지 빽빽이 짜여진 학원 스케줄까지... 일요일 아침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피아노소리가 너무나도 싫어 짜증 섞인 소리를 지르곤 했다.


이 스토리를 왜 푸냐하면… 저취를 하면 주말에 날 깨울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우서이다. 세상이 조용한데다 커튼까지 쳐 놓으면 지금이 밤인지 아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 그럼 당연히 아침은 늦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깬 순간부터 느긋하게 하루를 보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출처: 네이버웹툰 독립일기


아무리 일찍 자도 주말에는 한없이 늦게 일어난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이 촉박하다. 밀린 빨래를 돌려야 하고 청소기도 돌려야 한다.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하고 다음주 먹을 음식도 준비해놓아야 한다.


12:00 빨래 시작

빨래는 왜 매일 해도 쌓여있는 것일까. 매일 운동을 가서 그런 건지, 검은 빨래와 흰 빨래를 따로 해서 그런 건지. 평일에 약속이 많은 주에는 빨래바구니가 빨래를 감당하지 못해 토해내는 현상도 마주할 수 있다.


12:10~13:00 틈새 아점

빨래를 돌리기 시작하면 보통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그 틈을 타 커피와 간단한 아점을 먹어야 한다. 나는 아침에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빵을 먹는 편인데, 평일에 장을 보지 못해 빵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주의 주말은 시작부터 난관인 것이다.


후라이팬 하나에 빵과 계란을 굽고 그위에 햄과 치즈를 올린다. 당연히 구워지는 사이 커피도 준비해야한다. 요즘은 아버지가 태국에서 사오신 원두를 내려 마신다. 카페를 하루에 두 번 가는 건 사치니까 두 번 마실 각이면 한 번은 집에서 꼭 내려 먹는다.


그렇게 식사 준비가 다 되면 먹을 동안 무엇을 시청할지 한참 왓챠를 뒤적거린다. 작품이 정해지지 않으면 어김없이 유튜브 알고리즘에게 선택을 맡긴다. 준비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먹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설거지 타임이 시작한다.


13:00~14:00 설거지 타임+빨래널기

출처: 1300k

점심을 준비하는 데 쓰인 도구부터 다 먹은 식기까지 원룸 주방이 좁은 탓에 30분은 기본이다.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전에는 카페에서 배달을 시켰는데 이젠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하니 시간을 더 쓰게 되는 것이다. 설거지가 끝나면 빨래를 넌다. 이미 빨래는 끝나있는 지 오래다.


14:00~14:30 청소기 돌리기

그 다음은 청소기 돌리기다. 청소기는 거의 매일 돌리는데 도대체 먼지가 왜 시도때도 없이 쌓일까.


원룸이라고 굳이 청소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청소기는 삶의 질 향상에 필수템이다. 당연히 처음 자취할 때는 7평 원룸에 청소기 돌릴 필요있나 싶어 다이소에서 돌돌이를 사서 돌렸다. 그러나 원룸을 무시하지 말자. 오히려 아파트보다 환기가 되지 않아 먼지가 더 쌓인다. 청소기는 여유가 있다면 하나 정도는 구비해 놓는 것이 좋다.


청소기를 다 돌리고 나서 기분이 좋으면(?) 물청소도 한다. 요즘엔 청소기랑 물걸레 기능이 함께 되는 제품도 있지만 그걸 구비할 여력이 있었다면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았을 것이다. 청소막대에 얇은 청소티슈를 갈아끼울 수 있는 청소포 세트를 사면 7평 기준 3-4장이면 충분한 것 같다. 너무 빨리 말라서 2장으로는 부족하다. 이 작업은 기분 좋을 때만 한다.


14:30~18:00 휴식시간!!!

자유시간이다. 이제야 주말처럼 쉬는 것 같다. 책을 읽고싶은 날에는 도서관을 가거나 꼭 맛있는 커피를 먹어야겠는? 날에는 카페를 간다.


18:00~20:00 저녁준비+설거지타임

집에 돌아오면 저녁 시간이다. 저녁 준비는 보통 냉털(냉장고털기)이다. 월급을 받은 직후에는 좀 풍족하지만 월급이 다 떨어져갈 때쯤엔 냉장고도 빈약해진다.

왜 사람은 한 음식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일까. 점심 준비와 똑같다. 요리를 하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 어김없이 8시다.


20:00~20:30 화장실 청소타임

화장실 청소타임이다. 사실 진짜 쉬고 싶은 날에는 어김없이 지나치는 시간이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서이다. 언젠가 시험 준비를 할 때 멘토가 그랬다. 화장실이 깨끗해야 좋은 기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얼토당토 않을 수 있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그말을 어느정도 믿는 편이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엔 좀 귀찮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고 상쾌해서 기분이 좋다. 마치 그 다음 주를 열심히 보낼 수 있게 스타트를 끊는 의식 같다.


20:30~22:00 운동시간

운동을 빼먹을 수 없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라 해야돼서 하는 것이다. 맛있는 걸 많이 먹으려면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근육은 늘면수 나의 식욕을 해소할 수 있으니까. 운동은 아무리 일찍 가려고 마음 먹어도 잘 되지 않는다. 미루고 싶기 때문일까.


일요일도 위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다만 그 다음주에 먹을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미리 싸놓는 것이 추가되어 더 빠듯하다. 이 시간을 잘 보내려면 식재료 준비는 필수이다.


그럼 일요일 저녁이 되어 생각한다.


뭘 했는데 주말이 다 갔지…?

왜 내일 월요일이지…?

왜 내일 출근해야하지…?

무한굴레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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