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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취방꾸미기)와 거리두기

by 온세

집 테이블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기존에 사용하던 의자는 엉덩이 부분이 딱딱해서 오래 앉아 작업하기가 어렵다. 저가에 구입한 의자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단점이다.


그런데 매번 이 불편함을 느끼다 보니 기존 의자 2개를 처분하고 편하고 예쁜 의자 하나를 구입하고 싶었다. 분명 전에 집에서 이 의자를 샀을 땐 모던한 그레이색이 좋았는데 이제는 또 우드가 탐이난다.


오늘의집을 들어간다. 기존 의자와 다르게 팔 걸이도 있고 안장도 푹신해보이고 편하다는 리뷰가 100개 이상이 되는 의자들이 보인다.


살지 말지 한참을, 거의 며칠을 고민했다. 결국 구매하지 않고 나는 다이소에 가서 푹신해보이는 쿠션을 사서 의자에 묶어두었고 지금도 잘 쓰고있다.




‘자취방을 나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처음 자취를 하는 사람들의 아마 공통적인 생각이 아닐까. 휴지통과 같은 작은 소모품부터 테이블, 의자 등 가구까지 ‘내 스타일대로’ 꾸미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나도 그랬다. 집에 돌아오면 오늘의 집을 자연스럽게 켜고 어떤 물건이 우리집에 어울릴지 서칭했다. 그러니까 꼭 그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우리집에 어울릴 만한, 예쁜 디자인의 물건을 사고싶어서 둘러보는 것이다.

한때 미쳐있던 이불 구입


보다 보면 괜히 필요없는 물건도 ‘할인을 해서’, ‘요즘 유행이라서‘, ’이뻐보여서‘ 등의 갖가지 이유를 붙여 결국 구매를 하는 나였다.


그렇게 구매한 물건은 이삿짐을 싸고 나면서부터야 불필요한 소비였음을 깨닫는다. 없어도 잘만 살 수 있는 물건들.


몇 번의 이사를 거듭하고, 몇 번의 사고 버리고를 반복한 끝에 지금의 나는 어느정도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소비를 하는 편인데, 사실 이제 자취용품은 거의 안 사는 편에 가깝다.


내가 정한 소비의 기준은 이렇다.

집에 같은 물건이 있는가

지금 사지 않으면 당장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는가

얼마의 빈도로 이 물건을 사용하는가

기존 물건 중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은 없는가

이번달 지출 가용 금액이 얼마 남아있는가


구매욕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합리적인’ 욕구인지를 자가점검하는 과정을 거치면 좀더 의미있는 소비를 할 수 있다.


의자건도 그랬다.

집에 같은 물건이 있는가 (O)

지금 사지 않으면 당장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는가. (X) : 오래 작업하는 게 어려울뿐 아예 작업을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

얼마의 빈도로 이 물건을 사용하는가: 일주일에 많게는 세 번 정도, 퇴근 이후의 시간에 주로 사용.

기존 물건 중 대체할 수 있는 물건(O):2인용 소파

이번달 지출 가용금액: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5만원 이상의 소비는 지양

그리고 결론적으로 온전한 내집이 아닌 잠시 있을 자취방에는 굳이 좋은 걸 사고 싶지 않다.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거나 하는 그런 포부는 없다. 기안84가 처음 나혼자산다에 나왔을 때처럼 살 자신도 없다. 그저 온전히 내 집이 생겼을 때 그땐 꾸미고 싶은 대로 꾸며보자 다짐하며 지금 갖고 싶은 걸 잠시 뒤로 보류하는 것뿐이다.


좀더 빨리 이런 방향성을 취했다면 내집 마련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었겠지만 총 5차례의 자취를 거치고 나서야 깨달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지 않은 때라고 생각하며 슬기로운 자취생활을 이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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