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번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첫 시험의 결과가 달라진다며 수학학원 선생님은 우리를 몰아세웠다. 지금까지는 설렁설렁 공부했다 쳐도 고등학교 2년 동안 빠르게 모든 과정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지금 선행이 필수라는 흔한 말도 잊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좁은 강의실에서 선생님과 서른 명 남짓한 아이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마시며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했더니 피타고라스 정리나 미분 같은 단어들이 점점 귓가에서 아득하게 멀어져갔다.
“야, 눈 감지 마!”
옆에 앉은 한 녀석이 내 옆구리를 툭 쳤다. 나는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내가 놀란 눈으로 눈만 끔뻑거리자, 수학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눈 감아보니 어때? 깜깜하고 아무것도 안 보이지? 그게 너의 미래가 된다. 오늘 힘들다고 눈을 감으면 여러분의 내일은 더 힘들어져요.”
강의실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졸고 있던 녀석들마저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함께 웃고 있었다.
그러다 복도 쪽 구석에 앉은 한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 시선에 당황해하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찰랑찰랑한 단발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목까지 빨갛게 물든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모공조차 보이지 않는 탄탄하고 매끈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피부 하나는 타고났다며 부러워하던 친구들의 말이 떠올라 어깨를 펴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때까지도 난 내 일상이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크네스, 네가 내 삶의 어떤 의미가 될 것이라곤 그땐 상상조차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