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글의 뜻 혹은 현상의 가치
일하는 시간 외에 난 매일 누워있었다.
잠을 자기 일쑤였고 일어나도 몇 시간을 자도
계속해서 졸음이 나를 덮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는 게
현실의 시간보다 더 즐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꿈에서 나는 여행을 가고,
20대 푸릇했던 대학생 시절로도 다시 갈 수 있었고
현실과 달리 꿈에서 난 밝았다.
결혼 전 내 본래의 모습 같았다.
그래서 반가웠다.
그래서 계속 잠을 잤다.
이게 우울증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채.
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 채.
시간은 계속 흘렀다.
'나 이제 고작 30대 초반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왜 살아야 하는 거지?'
스스로 해결해 보려 애를 썼지만,
이 무기력함이 날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미안한 마음을 안고 남편에게 말을 꺼냈다.
어차피 사라질 텐데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그리고 그때 그는 다정히 내게 말해줬다.
산은 정상을 올라가 본 사람만이 그 산을 오르는 것이
의미 있었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중간까지 올라가고 포기한 사람은
산 정상까지 가는 것이 의미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 없다고.
올라가지 않았으니깐.
그래서 삶도 같다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잘 살아보고
훗날 삶이 의미가 있었다, 없었다. 그게 무엇이 됐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거라고.
그래서 훗날 후회를 가지기 보다는 그 자격을 갖기로 했다.
그가 없는 지금도 그때 그 말의 의미가 나를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