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지만, 유익이었던 그때를 기억하며.
4월의 일기.
나는 한의원에서 2차 감염, 색소침착, 발진, 가려움증을 동반한 중증 아토피 환자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글을 쓰는 이 시점은 너무나 괴롭고 목을 둘러싼 피부가 옷에 달라붙어 딱딱하게 굳은 상태, 아직은 마르지 않아 진물이 남아있는 부분도 있다. 너무 불편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하다. 얼굴도 마찬가지로 딱지가 들러붙어서 표정하나 제대로 지을 수 없는 상황인지라, 정말 답답한 지경이다. 대체 언제쯤이면 이 험한 길을 지나갈까.
과연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실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나의 육체의 정욕을 채우지 못하게 막으신 이 상황을 통해 진석아 너는 잠잠이 나를 바라보면 좋겠다 하시는 걸까. 정말,,, 잘 모르겠다. 이 밤도 어지간히 잠이 안 오고 잠자는 게 두려운 밤이지만, 치료에 만남이 있듯 헤어짐도 있길 바라며, 치유의 역사가 내 안에 이뤄지고 있기를 바란다. 정말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너무나 외롭고 고독함 속에 있지만, 그 속에서 건지시고 더 성숙하고 단단한 마음을 선물하기 위한 주님의 역사하심을 믿고 나아가려고 한다.
오늘 밤도 주님이 함께하시길 믿는다. 주님이 항상 함께하시길 믿는다. 우리 모두와 함께하시길 믿는다. 정말, 우리 안에서 치유하시길 믿는다..
내일은 피부가 괜찮으면 뒷산으로 가서 맨발 걷기와 햇빛을 맞으려고 한다. 산에 잠깐 나갈 때나, 병원을 가기 위해 외출할 때면 나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비추기 두려워서 모자와 마스크 후드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나간다. 그만큼 나의 아픈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렵다. 한 번은, 며칠 전 인근공원으로 용기 내서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서 바람에 스치는 것이 배 쪽에 있는 아토피를 건드려서 너무나 쓰라렸었다.
더군다나 무릎뒤쪽이 아토피로 인해 잘 안 펴져서 살짝 웅크린 자세로 자전거를 타지 못한 채 끌고 가면서 일자리를 걸어오는데, 마치, 십자가를 지고 고통 속에서 걸어가신 주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으...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아토피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지고 걷기조차 힘든데, 주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순간적으로 마음이 울컥해진 순간이었다. 내가 말로만 기도하고 말로만 찬양했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었던 주님의 고통을 나의 몸으로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니 감사이상으로 슬펐다.
나는 믿는다. 주님이 나를 치유하시고, 나를 언제나 사랑했었다는 것을, 이 과정을 통해 더 성숙해진 마음으로 다시금 나를 들어 쓰실 것을.
그때의 나는 예전의 나에 비해서 더 침착하고 온유하고 아픈 이를 공감하고 힘든 시련에도 주님을 더욱 의지하는 내가 되어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생각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