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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누가 돌보나요?

by 훈연

아이가 아픈 지 3일째다.

낮에는 잘 노는데 밤만 되면 열이 오른다.

아이도 제대로 잠들지 못하지만, 나 역시 3일째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감기가 밤에 더 심해지는 건 인체의 면역 반응과 생체리듬 탓이라고 한다. 사람의 면역계는 밤에 더 활발해지고, 낮 동안 억제되었던 염증 반응이 밤에 다시 증가하면서 열이 오르기 쉬운 것이다.

아이가 뒤척일 때마다 이마나 다리에 손을 얹어본다. 엄마 손의 촉감만으로는 확신이 들지 않아, 결국 체온계를 대고 숫자를 확인해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새벽 3시 30분쯤이면 어김없이 열이 오른다.

해열제를 먹이고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하고, 해열 패치를 붙이고, 그래도 힘들어하면 미온수로 마사지를 해준다. 수건을 적셔 아이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면 그제야 조금 시원한지 겨우 잠이 든다.

짧게는 30분, 보통은 1시간.
모든 것을 마치고도 아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바뀔 때까지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새벽 6시가 가까워온다.

의사는 나에게 절대 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고 했다.
직업병처럼 찾아오는 목감기는 쉽게 걸리지만 좀처럼 낫지 않는다.

병을 대신 받아내는 액받이 무녀처럼,
엄마가 아이의 기침받이가 되어야 아이가 낫는다.

바이러스를 실제로 받지 않아도,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채 아이를 돌보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목에 염증이 생기면 한동안 낫지 않는다.

출산 전에는 감기에 잘 걸리지도 않았고, 병원에 가면 약을 먹고 바로 나았는데, 지금은 병원에 두 번은 기본,많게는 세 번은 가야 겨우 나아진다.

의사는 말했다.
회복력이 많이 떨어지셨네요. 주사라도 맞으셔야겠어요.”

회복이 더디다는 말은 피부과에서도 들었다.
정말 회복이 느리시네요.”


아이가 아프면 "엄마, 나 좀 돌봐줘."라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파도 돌봐달라고 말할 사람이 없다.

내 옆에는..
한때 나의 엄마였지만,

이제는 영원히 아이들의 할머니가 된 사람이 있고
한때 나의 다정한 남편이었지만,

이제는 오롯이 아이들의 아빠가 된 사람이 있다.
내가 더 이상 '나'가 아닌, '엄마'로 존재하듯.

나를 돌봐줄 엄마도, 남편도 없다.
아파도 맘껏 아플 수 없고,
아프다 말해도 돌아오는 위로도, 걱정도 없다.
그런 것들에 점점 무뎌지고, 둔감해진다.

남편이 아프다고 말할 때 나도 무심했으니,
내가 서운해할 자격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나도 편히 아프고 싶고,
그 아픔을 다정하게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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