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날
구름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쁨
인생 첫 클래식공연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단원들과 준비하다 어두운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대기실에 대기하는 것도 무대 뒤에 서는 것도 다 처음이라 신기했다. 내 나이 40이 넘어서 음악가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설레고 재미있었다. 들어가라는 싸인이 나고 앞사람을 따라 줄지어 무대에 들어섰다.
이제 막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내 자리는 그랜드피아노 바로 앞, 세컨 바이올린의 맨 뒷자리였다. 객석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을 위치였지만 나는 엄청 긴장을 했다. 객석을 바라보니 초대공연임에도 많은 자리에 관객이 앉아 있었고 우리 가족과 지인도 보였다. 아.....잘해낼 수 있을까?
다행히도 이미 여러번 총연습을 해서 그런지 무대 위에서 큰 실수 없이 무탈하게 연주를 마쳤다. 이번 공연의 목표는 그저 무리없이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야호! 드디어 내가 오케스트라의 진정한 단원이 된 기분이었다. 가족과 지인의 꽃다발을 받고 축하를 마음껏 즐겼다.
그동안 오케스트라 들어가서 공연 준비한다고 겪었던 심적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었는데, 공연이후 다 날아가버렸다. 구름위에 떠있는 것 같다는 것이 바로 이런 기분인 것 같았다. 마침 다음날 가족들과 온수풀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갔는데, 딸과 함께 튜브를 타고 물에 둥둥 떠다니며 그 행복감을 더욱 만끽했다. 실로 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온 후 혼자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것이 지루하던 차에, 지역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검색해서 오디션을 보러 갔다. 스즈키 4권이 자격기준이었어서 나는 스즈키6권을 하던 중이니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왠 걸. 이 오케스트라는 전공자도 섞여있고, 지휘자님도 서울대 출신의 실력자이신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수준있는 오케스트라였다.
첫날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방해가 될까바 너무 떨려서 활을 소리내어 긋지도 못하겠고, 곡은 왜이리 빠른지 혼자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연주하던 취미생인 나는 따라가지를 못했다. 잘못왔구나. 포기할까. 더 실력을 쌓고 올까? 매주 내적 갈등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 악장님이 레슨도 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이 있으니 연습만 계속 하면 되지 않을까? 코로나 이후 단원모집이 어렵다는데 회비를 내고 있으니 민폐는 아니지 않나? 이렇게 나를 설득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 나갔다.
실력도 안되면서 무슨 오케스트라를 한다고 그래. 아무리 연습한들 단기간에 따라갈 수 있겠어? 하는 자기 비난과 의심이 내 안에 마구 자리잡았다. 실제로 우리 오케에 들어왔다가 몇 번 나오고 포기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결국 해낸 것이다. 레슨선생님은 내가 악기 들고 내리는 것을 같이 맞춰야했고, 활도 소심하게 썼다고 지적해주셨지만, 첫공연이니 잘 몰라서 그랬던 것이고 다음엔 잘하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나는 초보 음악가로 첫발을 뗐다.
그 후 교회 챔버팀에서 연주를 할 때도 자신이 붙었다. 나는 큰 공연을 한 오케스트라 단원이니 연주할 자격이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공연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면서 실력도 많이 늘었다. 연주 이후 기본기도 더욱 신경을 써서 활쓰는 자세도 많이 안정되었다. 첫 공연 이후로도 두 번의 연주회가 더 있었고, 나의 자리는 세컨 뒷자리에서 앞자리로 다시 퍼스트 뒷자리로 발전하며 이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