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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Jung Aug 29. 2024

ECT Induction Period

초임 교사 2년 연수 과정 


초임 교사 (ECT) 연수 과정이란 

QTS (Qualified Teacher Status)를 취득하고 학교에 처음 발을 들이면 초임 교사 (ECT, Early Career Teacher)가 된 것이다. 학교는 초임 교사가 교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ECF (Early Career Framework)에 따라 2년 동안 체계적으로 지원을 해준다. 


ECF가 뭐지?

ECF는 초임 교사들이 교직에 적응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과정의 틀로 마치 레벨업을 위한 로드맵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교사 양성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Induction 과정은 어떻게 초임 교사를 도와주나 


전문 개발 (Professional Development)

매주 주어진 주제에 맞춰 Evidence Based Education에서 운영하는 Great Teaching Toolkit 웹사이트의 자료를 학습하고 점검해야 한다. 매주 학습해야 할 분량이 웹사이트에 명확하게 되기 때문에 잘 따라가기만 하면 문제없다. 


Great Teaching Toolkit - 매주 내가 해야 하는 분량이 이곳에 올라온다 


연수 프로그램

내가 속한 트러스트는 Harris Federation에서 제공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Great Teaching Toolkit과 연계된 다양한 연수와 훈련을 받았다. 온라인뿐 아니라 local seminar라고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같이 배우기도 해서 이를 통해 전문성을 향상하고,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학습했다.


튜터 (Tutor)  

배정: 보통 학교 내 베테랑 교사가 튜터를 맡지만, 내 경우는 트러스트에 속한 경험 많은 교사가 배정되었다. 

역할: 학기 중 두 차례 수업을 참관하고, 개선점과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해 준다. 


수업 참관 후 Teachers' standards에 맞춰 항목별로 다 평가를 받고 나서 이런 식으로 잘한 것과 개선할 부분에 대한 피드백 요약을 이메일로 받게 된다.




지속 평가 (Progressive Review)

학기 말에는 튜터와 함께 그동안의 성장을 되돌아보고, 다음 학기에 집중해야 할 부분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를 통해 개인의 성장 계획을 수립하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연말 평가 (End-of-Year Assessment)

1년 동안의 성장을 교사 표준 (Teachers' Standards)에 따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는 교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과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평가 전에 내가 Standards에 있는 모든 항목에 대해 하나씩 다 써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다. 


멘토 (Mentor)  

역할: 학교 내 경험 많은 교사가 멘토를 맡아 일주일에 한 번 15분 내외로 수업을 참관하고, 현장에서 바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또한, 매주 멘토 미팅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현실: 이론적으로는 매우 유용한 제도지만, 바쁜 교사들의 업무 특성상 멘토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 학교 교감인 Sam이 멘토를 맡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멘토링이 유명무실해져 아쉬웠다. 


튜터와 함께 하는 인덕션 요약 


튜터가 하프텀마다 수업 참관을 하고 난 후, 매 텀마다 성적을 주는데 2년 과정이라 1년 차에는 B가 가장 높은 점수고 2년 차에는 A를 받게 된다고 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지만 우선 학교에 속한 이상 초임 교사라고 해도 교사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실습생이었을 때와는 다르게 의견도 묻고 다양한 책임도 주기도 한다. 


초임 교사의 인덕션 경험은 개인과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실습했던 학교에 발령받아 이미 친숙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인덕션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이 연수받던 교사 한 명은 멘토/튜터와 잘 맞지 않아 인덕션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른 교사 한 명은 학교와 맞지 않아 다른 학교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가장 안타까웠던 건, 멘토가 준비해줘야 하는 서류들을 제 때 해주지 않아 인덕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 교사였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 바쁜 교직 생활 속에 인덕션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초임 교사에게는 상당한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 업무는 바쁘고 힘들었지만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첫 해를 무사히 맞힐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교사 연수 과정을 위해 학교, 멘토/튜터 그리고 초임 교사 모두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CT인데 Computing Lead가 됐다!

일반적으로 ECT는 학교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고 수업 경험이 부족하기에 보통은 수업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물론 일부 과목이나 과목군의 수업 계획을 담당해서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교과서가 없다.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한 나로는 참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사들이 수업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교사 수준, 일하는 방법에 따라 수업 자료의 차이가 엄청나다. 그래서 Ofsted (영국의 교육 평가 기관)에서 학교 감사를 나올 때, 교사들과 면담을 하면서 이 사람이 수업 교과 과정을 잘 이해하고 준비하고 있는지가 평가의 한 항목이 된다. 


처음 2학년에 배정됐을 때는 reading 수업만 준비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다. 주 2회 일반 리딩 수업, 주 1회 nearpod를 이용한 리딩 수업, 주 1회 Oracy (구두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시 수업, 이렇게 총 4회 수업을 매주 준비 했다. 다른 ECT들과 얘기해 보니 기존 수업 계획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수업 계획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우리 학년은 작년에 제대로 수업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내가 만들어야 했다. 


초임 교사로서의 내 경험은 4월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옆 반 교사가 육아휴직을 떠나면서 그 선생님이 담당하던 wider curriculum (DT, Art, History, Geography, Science 등)의 수업 계획까지 맡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대체 교사(supply teacher)를 고용했지만, 그들은 학교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 계획을 할 의무가 없었고, 그 책임이 자연스럽게 내게 넘어왔다. 


우리 학년에는 다른 두 명의 교사가 있었지만, 그들도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추가 업무를 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로라는 아들이 갑자기 1형 당뇨 진단을 받아 갑자기 결근하는 날이 많아졌고, 다른 한 명인 피비(작년 내 멘토였다 나와 함께 2학년으로 올라왔다)는 런던에서 진행되는 수학 과정에 학교 대표로 참여하면서 그쪽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여기에 더해, 학교에서 나한테 컴퓨팅 과목 대표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보통 초임 교사에게는 이런 직책을 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지만 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트러스트는 컴퓨터 교육에 특히 중점을 두고 있어서, 컴퓨팅 리드의 업무가 상당히 많다. 5월에 이미 다음 학년도 커리큘럼을 짜고, 각 학년별 수업 계획까지 준비해 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결국 내가 한 일은 라이팅, 수학을 뺀 거의 모든 과목 레슨 플랜과 컴퓨팅 리드의 역할로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내년 커리큘럼을 짜는 경력이 많은 교사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교 시스템의 한 가지 특성을 깨달았다. 바로 일을 잘하는 사람 에게 계속해서 업무가 몰리는 구조라는 점이다. 물론 추가 업무를 거절하는 선생님들도 있는데, 앞에서는 쿨하게 알겠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일 안한다고 뒷말이 나오곤 한다. 나는 한국에서 이미 새벽부터 밤까지 일한 경험이 있어서 이 정도 업무량에 압도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왜 많은 교사들이 이직을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초임 교사에 대한 불균형한 업무 분배는 교사의 직업 만족도와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있는 많은 교사들이 내게 일을 너무 많이 맡아 한다고 말하곤 했지만 누구도 내 일을 분담해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고 나는 이렇게 훈련됐기 때문에 내년에는 좀 더 익숙하게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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