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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Jung Sep 01. 2024

초임 교사의 ECT Time

초임 교사라면 가져야 하는 시간


초임 교사인 ECT는 수업을 100% 다 하지 않고 첫 해에는 90%, 두 번째 해는 95%만 수업을 하게 되어있다. 첫 해에는 10%가 ECT 시간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약 3시간 정도의 시간을 받게 된다. 나는 수요일 오전에 이 시간을 받았는데 보통 Cover TA (훈련을 받은 보조 교사인데 교사 대신 들어와 수업을 해준다)가 와서 내가 해야 하는 수업들을 해주곤 했다. 원래 Supply teacher를 에이전시에서 불러 가르치게 해야 하지만 요즘은 학교 제정이 어렵다 보니 교사를 쓰는 것보다 보조 교사를 쓰는 게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이렇게 보조 교사에게 수업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 수업을 커버해 주던 보조 교사는 루이스였는데 늘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커버하느라 바쁜데 돈은 쥐꼬리만큼 받는다고 불평이 많아서 늘 미안해하면서 수업을 맡겨야 했다. 그래도 경력이 많은 보조 교사라 아이들과 잘 지내서 내가 배운 것도 많다. 


이렇게 Cover TA가 오면 나는 스태프룸에 가서 Great Teaching Toolkit에 올라온 자료들을 보고 공부하며, 한 주간 밀렸던 ECT 과정 교육들을 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선생님들이 이 시간에 이것 좀 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해서 가끔 도와주기도 했지만, 보통 이 시간은 잘 지켜졌다. 우리 학교에는 나와 함께 ECT를 시작한 사라가 있는데, 사라는 리셉션 선생님이라 나랑 만나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수요일마다 같이 ECT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이야기하기도 하며, 왠지 모를 동료애로 끈끈하게 연결되었다. 가끔은 수요일 오후에 local seminar라고 해서 외부에 가서 교육 훈련을 받기도 했는데 이럴 때는 아이들 하교시키고 바로 가야 해서 교실 정리만 겨우 하고 가야 해서 그다음 날 오전에 미처 못한 교실 정리와 수업 준비를 해야 했다. 



Local Seminar 

Local Seminar - 부근에 있는 학교 ECT들이 같이 모여 수업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


수업들은 다 Harris Federation에서 제공했는데 대부분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들이었지만 Local seminar라고 대면 수업들도 있었다. Local seminar는 부근 학교 ECT들이 모여 수업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초임 교사를 위한 교육이라 초임 교사들만 참석하기 때문에 자주 보다 보니 얼굴도 익히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각자의 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의 운영 방식도 알게 되었다. 다들 공통적으로 멘토 미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지난 화에 언급한 바와 같이, 멘토는 일주일에 한 번 15분 정도 수업을 참관하고 한 시간 정도 미팅을 해야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내 멘토인 쌤도 초기에는 몇 번 내 수업을 참관했지만, 나중에는 오가며 다 본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수업 참관은 유명무실해졌다. 멘토 미팅도 "우리 학교에서 오고 가며 다 보지 않냐"며 대충 넘어갔다. 멘토인 쌤은 학교 교감, EYFS 담당, 영어 커리큘럼 담당, DSL (Designated Safeguarding Lead, 아이들 안전 책임자) 등 셀 수 없는 직책이 있어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멘토 미팅을 제대로 진행하자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아마 초임 교사들의 이런 불만이 교육부에도 전달되었는지, 학기 중간에 멘토 미팅을 기록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나중에 웹사이트에 가 보니 나도 모르는 멘토 미팅들이 기록되어 있어, 결국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토 미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문제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언제나 쌤이나 다른 교사들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궁금한 것들을 묻는 등, 혼자 해결하기보다는 도움을 받으면서 지냈다. 학교는 너무 바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며, 잘 모르겠으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늘 물어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겪은 Ofsted 평가: ECT의 시선에서


영국에서는 유치원, 학교, 직업 훈련원 등의 교육 품질을 평가하여, 교육 과정의 적합성과 효과성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기관으로 Ofsted (Office for Standards in Education, Children's Services and Skills)가 있다. 내 ECT 초임교사 기간 동안 Harris라는 곳에서 교사 연수 등을 제공하는데 이 연수 기관이 Ofsted 방문을 받게 됐다고 무작위로 초임 교사를 몇 뽑아서 Harris가 있는 곳에 오라고 했다. 여기에 내가 뽑혔는데 시간이 평일 오후 1시 30분이어서 난 수업도 해야 하니까 안 가려고 했다. 내가 답장을 안 하니 Harris에서 우리 트러스트에 연락하고 트러스트는 우리 교장에게 연락을 해서 교장이 나보고 가라고 해서 오전 수업만 하고 차로 한 시간 거리인 Harris 연수원이 있는 곳에 갔다. 


학교에 Ofsted 감독관들이 온다고 하면 하루나 이틀 전에 알려주는데, 이 기간 동안 직원들이 미친 듯이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간 곳은 학교는 아니고 직업 연수원 같은 곳이라 감독관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있는 초임 교사들, 멘토들, 튜터들 등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미리 알려준 것 같다. 보통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멘토 미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튜터와의 수업 평가는 잘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해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연수원 평가지 나 개인에 대한 평가는 아니라 부담은 없었지만 멘토 미팅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거짓말하기 싫어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가기 전 내 멘토인 쌤이 혹시 물어보면 멘토 미팅 제대로 매 번 하고 있다고 말하라고 해서 가는 길에 고민이 됐지만 현장에 가 보니 나 외에 4명의 초임 교사가 더 있었고 온라인으로도 5명이 더 참여해서 총 10명이 있어서 내가 할 얘기는 별로 없었다. 


나는 주로 듣고만 했는데 현장에 있던 초임 교사들은 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한 반면 온라인으로 참여한 교사들은 멘토 미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수업 참관도 없으며, 멘토가 이상하다는 등의 정말 사실이지만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했다. 감독관이 이 사람들에게 좀 더 이야기해 보라고 해서 거의 한 시간 동안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Ofsted는 기관이나 학교를 방문해서 평가한 후 교육 수준이 좋으면 Outstanding이나 Good을 주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등급을 주기 때문에 어떤 등급을 받느냐가 기관에는 무척 중요하다. 나오면서 방 안에 있던 우리들은 온라인에서 말한 내용에 깜짝 놀라며 왜 그랬을까 얘기했는데 우리끼리의 결론은 아마 ECT 기간 동안 많은 불만이 쌓여서 학교를 바꿀 생각으로 자폭한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자폭할 만큼 어렵지는 않았는데 싶어 씁쓸했다. QTS를 받으면 학교에 속해서 ECT induction을 2년 갖는데 자신이 속한 학교와 잘 안 맞으면 다른 학교로 바꿔서 다시 induction을 새로 해야 한다. 학교와 100% 맞을 수는 없지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고 필요한 경우 도움을 구해야지 이렇게 참았다가 터뜨리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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