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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상 Nov 02. 2024

교사도 공무원 ? 1

- 교사를 옥죄는 것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전자 문서에 접수된 모든 공문을 즉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사에게 배당된 공문 공람이 0으로 되지 않으면 공무원의 직무유기에 해당합니다.’


‘적극행정 교육이 공무원의 경우 법정의무교육이라고 합니다. 

모두 참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공무원들에게는 의무적인 연수입니다.'


교사의 공무원화, 교직의 행정화가 우선임을 절실히 느껴지는 메시지들입니다. 그리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공무원이라는 위치에서 쫓겨 다닐 때 얼마나 무의미한 작업들에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교사에게 교육의 중립성이나 교권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으나 실제 운영상에 있어서는 행정적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메시지들입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 교사로서 혜택을 누리고는 있다 하지만 ‘교사는 공무원이다.’라는 소리는 교직의 특수성을 우선하는 교사이기보다는 관리적인 공무원이기를 우선적으로 강요하는 듯하여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교육 업무를 전담하는 별정직 공무원으로서 단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기관에 근무한다는 것이지, 교육이라는 특수성까지 무시하며 교사들을 공무원화 한다는 것은 본말 전도,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현장에서의 ‘교사도 공무원입니다.’이라는 위치를 굳이 강조하는 것은 행정적, 관리적 기능이 교사의 본래적 기능인 양 교사의 본질, 정체성을 왜곡시켜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교사들은 국가의 일반 공무원들에 적용되는 업무 규정이나 원칙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그 원칙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단적으로는 교사의 지위가 교사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 행정적으로 종속화된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고, 그 결과 교사의 지위가 열악해지고 교직의 특수성과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것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나의 경우 쓸데없는 공문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급한 공문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것들은 쌓아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쓸모없는 공문일지라도 시간을 소비하면서 몇 번을 클릭해야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수시로 바쁜 교사들에게 모든 공문을 다 본 것으로 처리하라는 공문 처리 요청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심지어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한 자라도 더 보고, 한 아이라도 더 돌봐도 모자라는 판에 공무원이다 보니 참 별별 연수를 다 들으라고 합니다. 가뜩이나 쫓기는 교사들 조금이라도 남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연구나 아이들 지도에 주력하게 해야 하는데, 하다 하다 이제는 공무원 행정 연수까지 들으랍니다. 공무원 법정 의무연수라 하니 마지못해 들어봅니다. 행안부, 국토개발부 등의 국가기관들이나 진짜 행정기관들이 민원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법적이고 행정적인 지도 사항들입니다. 전형적인 기관 공무원들이 갖추어야 하는 자세들입니다. 교사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연수까지 교육‘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업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아마 시간 반을 틀어놓고 클릭만 했던 것 같습니다.


교사가 공무원이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교육청이 학교장의 성희롱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보한 모 중학교 여교사를 ‘공무원의 품위손상’이라는 죄명을 씌워 경고 조치했다 합니다. 또한 이로 인한 강제전보와 승급 등의 인사상 불이익 등을 통보했다 합니다. 모 교사는 학생 상담 과정에서 교장이 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나, 이를 학내 비리와 교장의 성희롱 등을 묶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입니다. 모 교사가 행동하기 전에 학교 성폭력 사건을 알면서도, 국가인권위가 성희롱 결정을 발표한 후에야 겨우 당사자를 해임했던 교육청의 업무태만에는 아무런 징계도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징계입니다. 교사가 제때 행동하지 않았다면 교장의 성희롱이 지속되었을 것이고, 더 큰 피해가 나타났을 것인데, 단지 이를 외부로 사건화 시켰다 하여  단지 공무원이기에 ‘공무원의 품위손상’이라는 애매한 죄명으로 징계하고자 한 교육청의 일방적 횡포입니다. 아마 그 교장이 교육청의 장학사나 장학관 출신으로 인맥이 두터웠던가 봅니다. 굳이 해석하자면 단지 ‘공무원’이기 때문에, 교사가 교육청에 종속된 약자이었기에, 교육청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능할 수 있는 억지 징계입니다. 


이처럼 교사라는 직업은 단지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실제적으로는 일반직 공무원과 동일한 감독 및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즉, 교육행정적 업무와 함께 상급기관의 감독 및 통제 등 교육 활동 이외의 행정적 제재가 일반직 공무원에게 가해지는 형태와 동일합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교사들이 실제 교육 활동의 유의미성보다는 행정적 관리에 익숙하거나 세뇌되어서, 수업보다는 공문이, 교육적 활동보다는 서류작성이 우선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기현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는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가뜩이나 입시 위주의 교육체제에서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교사의 공무원화는 교사들의 본래적 기능을 더더욱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실정입니다. 교사이자 동시에 공무원이어야 하기에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투입될 시간들이 그만큼 낭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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