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란 Aug 13. 2024

선배도 후배도 복작복작 부대찌개

점점 추워지는 취업시장

낑낑. 오늘은 300개가 넘는 기관에 보낼 결과안내문을 등기로 부치는 날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우편이냐고? 법이 그렇다. 수신여부와 수신자, 수신날짜가 한 번에 확인되는 등기. 그리고 공공기관 고객들의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할 때 모두가 인터넷이 편한 건 아니니까 모든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홈페이지, 메일, 문자, 우편 등등. 하다 하다 전화까지 한다. 제발 좀 봐주세요. 제발요. 안 보면 본인들이 큰일나는데 왜 내가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를까. 거기에 도와주려고 한 전화가 쌍욕으로 돌아오면 현타가 제대로 온다.

이번에 보낼 문서는 돈이랑 관련된 내용이라 2번 3번 더 확인했다. 작은 실수도 절대 안 돼. 예전에 한 선배는 안내문에 있던 오타 하나에 한 달을 시달렸다. 오타가 말이 되냐. 절차 상의 중대한 하자다. 처분을 취하해라. 이런 기본도 안 된 인간이 담당자라니 평가과정 전체를 신뢰할 수 없다. 언론에 제보하겠다 행정소송을 하겠다 난리 치던 진상은 제 풀에 지쳐서야 잠잠해졌다. 

오타의 내용은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여기서 '에'가 아니라 '의'가 맞다는 것. 그렇네. 잘못했네. 그런데 정말 그 정도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본인은 남들이 낸 귀하디 귀한 세금을 훔쳐먹다 걸려놓고서는 어디서 기본타령이야. 그쪽은 범법자잖아.

이런 경우를 대비한 민원처리 매뉴얼이 있다. 사건이 발생한 즉시 상사에게 보고하세요. 선배는 배운 대로 했을 뿐인데 그 진행과정은 매뉴얼과 달랐다. 그러게 왜 그런 실수를 했냐는 원망 섞인 폭언. 상사들이 서로 미루는 사이 자리로 계속 울리는 전화. 내가 땡겨받으려고하면 놀란 선배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받지 마.” 전화를 받는 선배의 손이 덜덜 떨렸다. 분명 오타난 문서의 결재자에는 본인들의 이름이 버젓이 적혀있는데 상사들은 당당하다. 그런 거 하나하나 어떻게 다 보고 결재하냐. 성과는 내 덕 사고는 담당자 탓. 참다못한 선배가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했으나 직원의 과오가 있긴해서 개입이 애매하다는 답변. 점점 말라가던 선배는 한 달 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제야 미안하다던 상사들. 진심이 아니라 자기들 평판이 걱정되서 그랬겠지. 가증스러워.


아직도 그 사건이 떠오르다니. 긴장감에 머리가 살짝 찡했다가 풀어진다. 혼자 하기엔 양이 제법 많지만 하다 보면 금방 하겠지. 작은 회의테이블로 서류들을 옮기는데 똑똑 소리가 들린다. 

“저도 같이 해도 되죠?” 

같은 팀 대리님이다. 아랫사람한테 허드렛일 시키는 것 같아서 말 안 했는데 너무 요란했나? 

“대리님 요새 바쁘잖아.” 

괜찮다고 답하는데 대리님이 입술을 삐쭉인다. 

"저 이런 거 잘해요.”

크크. 그래. 고마워. 한턱 쏠게요. 그런데 그 뒤로 주임님과 인턴님도 슬그머니 들어온다. 억지로 하는 거 아니죠? 진짜 괜찮은 거 맞죠? 밥 한번 거하게 사야겠네. 허허.

뒤늦게 온 희망자들은 자리가 좁다는 핑계로 잘랐다. 이 정도 멤버가 딱이야. 더 많으면 정신없어. 진행방식을 설명하고 일을 시작한다. 단순작업은 가끔 하면 재밌다. 생각 없이 멍하게 앉아 반복되는 일에 손을 맡기면 시끄러웠던 속이 차분해지거든. 거기에 도란도란 이어지는 수다까지. 하지만 마지막으로 서류와 봉투에 적힌 기관명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하는 나는 말이 없다. 정신 똑바로 차려!


"근데 과장님 그 봉투입구는 왜 바로 안 붙이세요? “

"아. 이거? 혹시 나중에 뭐 잘못된 거 있으면 봉투 다시 다 뜯어야 되잖아. 하다 보면 가끔 서류 한두 개 빼먹기도 하고 그래서 마지막에 다 잘 들어갔는지 확인해 보고 닫는 거예요. 이거 문서들도 일부러 개수 딱 맞게 출력했어요. 그래야 모자라거나 남으면 문제 있는 걸 바로 아니까.”

주임님의 질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평소에는 잘 못하는 훈수를 아낌없이 전수한다. 

“아!”

감탄사를 뱉은 주임님이 조용히 폰을 두드린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한창 일 얘기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혼자 폰을 보지? 설마 지금 카톡 하나? 알고보니 요즘 신입들은 메모도 폰으로 하더라. 자기는 평소에 쭉 그래왔으니까 그 행동이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아예 못 하는 거지. 너 지금 뭐 하냐고 따져물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소오름. 

그래도 옆에서 그런 주임님을 께름칙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달싹이는 대리님을 보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내가 아직 아주 꼰대는 아닌가 봐. 동년배인 대리님과 나의 상식은 온도가 비슷한 것 같거든.

오해할 수 있으니 조심해. 한마디면 된다. 그러고나서 고치거나 말거나 어차피 욕먹는 건 그쪽이니 그냥 두면 그만. 그런데 그 말이 선뜻 안 나온다. 막내 때는 후배만 선배 눈치 보고 사는 줄 알았는데 선배가 되니 후배님 낯빛에 등골이 서늘하다. 무슨 일 있나? 근데 싫어할까 봐 차마 묻지도 못해. 

신입들과 나이 앞자리까지 달라지니 사이가 더욱 어려워졌다. 나 그렇게 어르신 아닌데. 나 나쁜 사람 아니야. 후배님께 먼저 가서 문안인사도 올리고 가끔 조공도 바치고 해야 조금씩 마주 보는 얼굴이 편해진다. 게임에서 캐릭터랑 호감도 쌓는 그런 느낌. 그렇다고 너무 자주 가면 부담스러워하니 노노. 하지만 억울할 자격이 없다. 나도 그런 보살핌을 받아봤거든.

항상 오프닝은 칭찬으로 시작한다. '지금도 너무 잘하는데...' 그 뒤로 이어지는 조언들. 불편한 적도 있지만 종종 생각치 못했던 깨달음을 얻었다. 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대화가 끝나고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면 선배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고 그 후에 내가 선배 말에 따라 변화를 시도하면 그들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칭찬을 해댔다. 짜란다! 짜란다! 말 뿐만이 아니다. 자꾸 그렇게 뭘 사줘. 밥에 술에 많이도 얻어먹었다. 게다가 온갖 노하우가 담긴 업무자료들을 알아서 막 퍼줬다. 다른 선배들한테 괜찮은 애라고 소개도 시켜주고. 사고라도 쳐서 대차게 깨지는 날에는 어디선가 뿅 나타나서 도움을 줬지. 

“수습하면 돼. 괜찮아.”

나는 분명 그 호의들을 먹고 자랐다.

조언에 앞서 이걸 말해도 되나 한참을 고민한다. 차라리 상사가 편해. 팀장님 이걸 이렇게 하시면 어떡해요! 이런 말은 술술 잘만 나온다. 나만의 문제가 아닐까? 이 말이 정말 얘한테 도움이 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기분이 좋아보일 때를 골라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슬쩍 찔러본 결과 싫은 티를 내는 후배는 그냥 내버려둔다. 하나하나 어르고 달랠 시간은 없어. 나도 바빠. 그럴 때는 속으로 '나랑 안 맞는구나' 하고 적정거리를 유지하면 된다. 그 시간에 이쁜 후배 한번 더 챙기는 게 낫지. 이제와서 선배들의 마음이 백번천번만번 이해된다.


"저는 점심 약속이 있어서요. 그리고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안돼 가지마아아.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우편실에 들렀다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내 희망인 대리님이 쿨하게 떠나버렸다. 뭘 먹고 싶냐는 내 질문에 그저 해맑게 웃는 우리 막내들. 요즘엔 뭘 좋아하더라? 마라탕? 로제떡볶이? 그것도 한물갔나? 아 인턴님은 남자라서 그런 거 안 좋아하나. SNS도 안 하니 내 동생보다 어린 이들의 취향을 알 수가 없다. 아 그렇다면.

“부대찌개... 좋아하시죠? “

네! 두 사람이 힘차게 외친다. 기껏 생각해 낸 게 햄이었다. 저번 달에 온 인턴님과 첫 점심이네. 잘 됐다. 내가 아는 숨겨둔 맛집이 있다며 차까지 타고 시내에 있는 먹자골목에 간다. 당장 재개발을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낡은 상가. 색이 다 바래버린 낡은 간판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부대찌개 집은 보이지 않는다. 지하로 내려가면 그제야 보이는 허름한 입간판. ‘부대찌개 영업중’ 그 화살표를 따라가다보면 구석진 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다. 맛집포스가 가득하지? 이모라고 불리는 사장님이 계셔서 우리는 그냥 이모네 부대찌개라고 부른다.

테이블이 5개나 들어가는 게 신기한 작은 식당. 덩치 큰 손님은 등이 거의 맞닿는다. 직원은 사장님 한분. 자리가 없다고? 괜찮아. 여긴 아저씨들의 맛집이거든.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 먼저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엄청난 회전율. 다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드시는 거지? 찌개가 움찔하면 바로 드시나? 슬쩍 지켜보니 용암같이 끓고 있는 찌개를 뜬 수저가 접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으로 직행한다. 세상에! 메뉴는 부대찌개 하나. 라면사리와 밥은 무한리필. 주문도 필요 없다. 

“다음이요!”

이모님의 외침에 들어가면 끝. 

“셋 맞죠?”

“네!”

앉자마자 바로 부대찌개 3인분과 이 집의 매력포인트 계란말이가 나온다. 여기 있어봐. 후배들이 눈치채기 전에 손님들을 요리조리 헤치고 나가 물통과 컵, 그릇을 챙긴다. 일어나려는 주임님을 막는다. 

“에헤이. 이거나 받아요.” 

라면사리와 앞치마도 줍줍. 마지막으로 부엌 앞에 놓인 밥솥에서 밥을 뜬다. 여기 스타일이야. 자리로 돌아와 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며 인당 하나씩 나오는 계란말이를 먼저 먹는다. 겨우 한 개라고 섭섭해할 필요 없는 큼지막한 계란말이. 식어도 포슬포슬 너무 맛있다. 벽에 붙어있는 계란말이 리필 불가. 아쉬움에 그 맛이 더 좋다.


"과장님 이런 곳은 어떻게 아세요?”

휴우. 삐약이들이 흥미로워 보인다.

“저도 옛날에 선배가 알려줬어요.” 

말 놓으라는 고마운 말에 지내다 보면 알아서 놓아진다며 머쓱하게 웃는다. 집집마다 재료가 조금씩 다른 부대찌개. 이 집은 신선한 재료가 유독 많이 들어간다. 두부,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콩나물, 양파, 파, 으깬 돼지고기. 그래서 그런가 엄마맛이 난다. 덜 자극적이고 건강식인 척하는 그런 맛. 그렇지만 부대찌개의 본분에도 충실하다. 통째로 올라간 슬라이스치즈, 떡, 마카로니, 베이크드빈에 모양이 제각각인 소시지와 햄도 가득. 냄비가 비좁네. 이 변함없는 푸짐함이 외딴 가게의 비결이겠지. 

보글보글. 드디어! 우선 라면사리 없이 깔끔하게 먹어볼까. 콩나물도 햄도 고루고루 한 접시 가득 찌개를 덜어낸다. 후배들도 섭섭하지 않게 듬뿍 덜어주고. 이제 넣는다? 사리 퐁당.

캬아. 약간의 김치와 콩나물이 느껴지는 시원한 국물. 빨간 맛이 칼칼하게 넘어가면서도 햄 특유의 풍미와 감칠맛이 김치찌개랑은 완전 다른 음식이다. 국물이 베어든 다른 재료들도 물론 맛있지만 메인은 뭐다? 햄이지! 이름을 알 수 없는 햄들을 모양으로 구분한다. 넙적이, 반달이, 동글이, 길쭉이, 네모햄, 소시지. 부드러운 식감부터 쫄깃한 녀석까지 식감도 맛도 다 달라서 하나씩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방금 뜬 따끈한 밥에 짭짤한 네모햄과 국물을 슥슥 비벼 한입 꿀꺽. 어우우 맛있어. 햄이 들어갔지만 지극히 한국스러운 맛. 다음으로는 제일 좋아하는 길쭉이 햄을 먹는다. 떡갈비 맛이 나는 고기스러운 햄. 달짝지근한 흰쌀밥과 함께라면 무슨 햄이든지 입에 착착 붙는다. 너무 불량한가 싶어 양심에 찔리면 버섯도 하나씩 먹어준다. 고소한 두부는 겉보기엔 식어 보여도 속은 마그마 같은 녀석이니 언제나 조심.


코를 박고 먹는 후배들을 보니 뿌듯하다. 비록 나보다 산적 같은 덩치에 누가 봐도 명백한 어른이지만 내 눈에는 아직 저 빳빳하고 선명한 셔츠들이 너무 애기애기해. 이번에는 인턴님이 꼬들하게 익은 라면 사리를 덜어준다. 

“고마워요.” 

후우후우 불어서 후루룩. 딸려 들어온 아삭한 콩나물과 팽이버섯이 반갑다. 그리고 찌개에 있는 자그마한 김치도 한 조각 집어서 냠. 국물로 텁텁한 입을 한번 헹궈주고. 

“드실 줄 아시네. 면이 딱 좋아요.” 

인턴님께 칭찬 한마디. 그 말에 인턴님보다 주임님의 얼굴에 더 화색이 돈다. 이때다 싶었는지 아예 숟가락을 내려놓고 칭찬릴레이를 시작한다. 

“우리 인턴님이요! 엑셀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솔직히 저보다 나아요.” 

평소에는 내 앞에서 말도 잘 못하면서. 밥도 안 먹고 쉼 없이 다다다다 외치는 말이 기특하다. 3달 일찍 들어왔다고 선배 노릇을 하는구나. 좋은 선배네. 기특해라.


“근데 과장님... 혹시... 우수인턴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아세요?”

정권에 따라 들쭉날쭉 바뀌던 공공기관의 인턴 기간이 1년에서 5개월로 줄어들었다. 정이 들기도 전에 헤어지는 애매한 기간. 이 기회라도 잡기 위해 지방까지 내려온 그들을 노린 것인지 우리 회사 주변 단기 월세방의 시세가 어마무시하게 올랐다. 그래도 절박한 그들은 이력서의 한줄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다녀야겠지. 정규직 전환? 그런 전형은 거의 없어. 

뭔가를 제대로 알려주기엔 가르쳐주다가 끝나버릴 시간. 빨리 배울 수 있는 단순 업무만 쥐어주면서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기도 한두 번이지. 스쳐 지나가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덤덤해진다. 누가 왔나 싶으면 가고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채워진다. 1년에 2명씩 갈아치워 지는 자리. 책상은 그대로인데 앉은 사람이 계속 바뀌는 게 부품 같아. 삭막하고 차가운 사무실. 근데 그 처지가 나라고 뭐 다를까? 영원한 정규직은 없어. 그들의 모습에서 외면하고 싶은 나의 앞날이 보인다. 

“아마 윗 분들이 근무평가를 하면 그 점수들을 모아서 상대평가를 하는 방식일 거예요. 승진도 그러니까. “

우물거리는 인턴님의 눈빛이 결의에 차있다.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무리는 하지 마세요.”

끄덕끄덕. 

매년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 보고서에는 이번 정부가 만들었다는 일자리 수가 항상 등장한다. 그 숫자를 채우는 것이 또 우리 공공기관의 주요 미션. 이 숫자가 의미하는 일자리는 무엇일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자리만 차지하면 몇 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일자리가 맞는 걸까. 평생직장? 기대도 안 해. IMF 때 아빠 옆에서 다 봤어. 근데 어찌 된 게 점점 멀쩡한 일자리를 쪼개고 쪼개서 숫자만 늘리는 느낌이다. 

인턴을 무사히 마치면 주어지는 혜택은 서류전형 면제가 전부. 채용비리에 새우들의 등이 터져나간다. 우수 인턴조차 약간의 가점 뿐 채용 확정은 없다. 들어오자마자 끝나가는 계약기간에 불안해하는 그들 앞에서 어른들의 사정을 뻔히 아는 나는 할 말이 없다. 우리 회사는 요즘 신사업이 없어서 채용인원이 점점 줄고 있어.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잖아. 실속 없는 응원이나 위로를 건네려다 입을 다문채 조용히 남은 햄을 가득 퍼서 인턴님의 접시에 놓아준다. 화이팅.


택시비는 자기가 내겠다는 주임님의 폰까지 뺏어가며 무사히 커피까지 풀코스로 쐈다. 어우. 어려서 그런가. 말랐는데 무슨 힘이 왜 이렇게 센 거야. 겨우 계산했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친한 직원이 우리를 향해 킁킁거린다. 

“너네 부대찌개 먹었지?”

부대찌개의 단점. 내가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 모두가 눈치챈다. 히히. 심지어 같은 부서 사람끼리 먹으면 백 프로 확정이지. 셋이 낄낄 웃으며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는 우리.

식사 잘 하셨냐는 대리님의 인사. 

“응! 맛있었어!” 

훈훈한 내 표정에 대리님이 미소로 답한다. 

“요즘에 저런 애들 잘 없죠.” 

맞아. 근데 너도 그래. 오늘 너네랑 함께해서 정말 좋았어. 덕분에 또 이 삭막한 하루를 무사히 버텨냈거든. 고마워. 

그런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을 리가 없는 뻣뻣한 선배는 그저 다음 식사를 기약한다. 제가 다음에 또 맛있는 거 또 사드릴게요. 나랑 밥 한번 더 먹어줘요. 그런데 너네도 내가 괜찮은 거 맞지?


이전 06화 신입이 추어탕 좀 못 먹는 게 어때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