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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Sep 09. 2024

LA

뉴욕에 있는 동안 두 번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로 이동했다. 한 번은 사촌 언니가 있는 Jackson이라는 곳을 가기 위해 탔고 또 다른 한 번은 LA 서부여행을 하기 위해 탔다. 룸메이트 언니들은 쿠바, 마이애미, 캐나다 등 정말 많은 곳을 갔다. 하지만 난 뉴욕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많은 곳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와서도 주변 다른 나라를 안 다녀온 것에 대해서 전혀 후회가 없다.)


6월쯤 뉴욕에서 다니던 교회에서 LA 여행을 교회 식구들과 같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신청하게 되었다. 서부에서 유명한 캐년을 다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혼자 여행을 하느니 교회 식구들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신청했다.


LA는 뉴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같은 나라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미국의 매력인 것 같다. 일주일간의 여행이었고 캘리포니아, 라스베이거스 등 주요 서부 지역을 도는 여행이었다. 내가 여행한 코스는 말 그대로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였다. 첫날 그랜드캐니언을 보러 갔다. 정말 더운 여름 날씨였고 나무 한 그루 없는 캐년 주변은 더 더웠다. 이렇게 웅장하고 넓은 자연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캐니언의 모습에 압도되어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은 그랜드캐니언은 내게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날은 브라이스 캐니언에 갔다. 그랜드캐니언보단 뭔가 더 예쁘고 아기자기한 브라이스 캐니언은 황토 빛깔의 캐년이었다. 날이 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랜드캐니언보단 밝은 분위기 속에서 브라이스 캐니언을 감상했다. 삼 일째 되던 날엔 데스벨리라는 곳에 갔다. 말 그대로 죽음의 골짜기라고 불리는 이곳은 온도가 무려 46도 나 되는 사막 지형이었다. 서반구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곳 이어서 차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기압 차가 느껴졌다. 원래는 호수였던 이곳은 뜨거운 온도로 인해 물이 다 증발하여 염전만 남은 모래사막 지형이었다. 밖에 5분만 서 있어도 더운 공기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데스벨리를 한 15분쯤 구경을 하고 모두 너무 더웠던 나머지 차에 탑승하여 물을 엄청 마셨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날 가기로 되어있던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눈이 녹지 않아 차량이 통제되어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서부의 주요한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여행이었다. 


서부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끼게 되었다. 아시아 국가 외에 다른 나라는 처음이었고 아시아 국가를 여행할 때도 이렇게 광활한 자연을 본 적은 없었다. 탁 트인 하늘과 끝이 보이지 않는 캐니언 인간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온도에서의 순간들 하늘과 맞닿아 있을 것 같은 나무들 이 모든 것들은 나를 마치 개미와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자연의 신비로움보단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들은 자연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자연이 내게 남긴 것은 인간의 두려움은 별것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두려워했던 것들이 너무나 사소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뉴욕 JFK공항에 내리는 순간 다시 개미굴로 들어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 들은 별 것 아니라고 되뇌며 말이다.   


  

브라이스 캐니언
데스벨리
데스벨리 대략 46.6도 정도 되는 온도이다.
다시 뉴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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