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시간
뉴욕에서 지내는 1년 동안 가장 많이 보고 좋아했던 시간은 새벽 6시 해가 뜨는 시간이었다. 원래도 아침잠이 많지 않아 새벽마다 헬스장에 갔었다. 헬스장은 집 앞 3분 거리에 있었고 통유리로 된 헬스장이었다. 내가 여태껏 다녀본 헬스장 중 가장 좋은 헬스장이었다. 해가 뜨는 맨해튼을 볼 수 있는 위치였고 헬스를 가기 전이나 헬스를 마치고 나와 집 앞 벤치에 앉아 늘 해가 뜨는 것을 감상하곤 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운동을 가기 전 잠시 벤치에 앉았다. 이날 따라 유독 강은 고요했고 갈매기들도 울지 않았다. 그렇게 am 6:15 분쯤부터 해가 뜨기 시작했고 am 6:30 분 그날 그 시간의 하늘색은 잊을 수 없다. 노란빛을 뿜어내며 해는 뜨고 있었고 주변은 온통 보랏빛 하늘이었다. 이 하늘색을 잊고 싶지 않아서 바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처음으로 찬란하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찬란하다는 표현을 살면서 써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찬란한 시간이었다.
얼마나 우리의 인생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해가 뜨는 것을 보며 느꼈다고 한다면 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날 인생이라는 것이 참 아름다운 것 살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해가 뜨는 것을 보았을 뿐인데 그 풍경에 완전히 넋을 놓고 보게 되었고 설명 불가능한 울림이 있었다.
별것 없었다. 그저 그날따라 해가 찬란한 빛깔을 내뿜으며 뜬 것뿐이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도 감동할 수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이라면 살아볼 만한 것이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주 이성적으로 본다면 단지 해는 뜨고 지는 것을 반복할 뿐인데, 우린 그 현상에서 나름 각자의 의미를 발견하고 감동한다. 여러분 인생에서도 찬란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