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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섭 Sep 06. 2024

설산과 이야기

   언 호수 위를 걷는다 안개 속에서 낯선 이가 나타난다 눈보라를 닮은 수염을 가진 이였다


   그가 팽이 하나를 내게 건넨다 무심코 팽이를 돌리자 이제 이 팽이가 멈추면 죽는다고 그가 말한다 말과 동시에 그는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진다


   팽이는 속도가 느려지고 팽이는 비틀거리고 팽이는 숨이 희미해진다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채찍질한다 안간힘을 다해 팽이를 친다


   눈송이는 더 빠르게 흩날리고


   팽이가 멈춘다 주위를 살펴보니 온통 투명한 얼음 벽이고 죽은 건지 산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희미한 벽 너머로 걸어오는 잔상 설인처럼 거대했는데 어쩌면 답을 알 거라 믿으며 가까워지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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