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죽으로 지은 집
재료들을 안고 숲으로 들어간다
애들이 오기 전에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숲속을 향해 달릴수록 허공은 흩어져 가고
애들이 오면 함께 목숨을 걸자 말할 것이다
폭죽으로 집을 짓자는 말과
작은 불씨도 용납되지 않는 집
미쳤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숲을 한순간에 날려버릴지도 모르지만
동물들을 모두 깨울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되어도 나쁘지 않을 미래니까
잠시 너희의 앞날을 빌리겠다고
내게는 생각이 풍부한 친구와 힘이 센 친구가 있다
둘의 머리와 몸을 합치면 근사한 집이 될 테니까
애들이 오기 전에 지을 집을 그려본다
나뭇가지를 쥐고서 흙 위에 형태를 그린다
지우고 또 지운다 완벽한 집을 짓기 위해서
우리답게 살 집을 찾아서
폭발할수록 아름다운 미래야
우리는 알아갈 테니까
불꽃 속에도 집과 영혼이 있다는 걸
무늬를 만들며 사라지는 순간과
우리는 찰나의 아이들
애들인지 사슴인지 알 수 없는 그늘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바깥을 알 수 없는 숲과
뭘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숲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통 폭죽뿐인 숲이었다는 말
폭죽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숲에
횃불을 들고 걸어 들어왔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