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ricky boy
Oct 07. 2024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하늘은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기라도 한 듯 구름 틈 사이로 빗물을 쏟아냈다.
나는 소식을 듣자마자 버스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고,
다른 친척분들도 황급히 도착했다.
난 장례식장에 온 경험이 두 번째이다.
그때는 큰 외삼촌이 돌아가셨을 때였는데, 그때는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예상된 죽음이어서 그런가?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입원했었고, 거의 무의식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도 소식을 들었을 때 깜짝 놀라긴 했지만 무덤덤했다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그다음 날 입관식을 했다.
할머니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관 속에 있는 할머니의 얼굴이 드러났을 때,
모두들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빗소리가 그들의 울음소리에 묻혔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아빠, 난 아빠의 울음을 그때 처음으로 보았다.
그렇게 강인하던 우리 아빠도 죽음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걸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모든 걸 집어삼키는 존재라는 것을 그 앞에 선 인간은
광활한 바다에 있는 작은 배처럼 한없이 미약하다.
할머니는 항상 눈앞에 죽음이 서 있었지만, 우리는 그녀를 떠나보낼 수 없어
절박함에 계속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지만
죽음의 냉혹한 손아귀가 우리를 비웃기라도 한 듯 그녀를 데리고 간다.
죽음 앞에서는 우리는 그 어떤 기도나 눈물도 무력하다.
그리움 와 슬픔들이 얽혀 그녀를 다시 품 안에 안고 싶지만
인간의 의지로는 그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한
고통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그녀와의 함께한 세월, 기억이 사라질까 두려워
그 순간들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죽음은 모든 것을 앗아가는 잔인한 도둑처럼 그녀와의 추억까지도 우리에게서 앗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