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의 선원처럼 까맣게 타버린 얼굴
"이거 기미야?"
"어??"
"기미 올라온 거야?? 그 짧은 시간에??"
"에이 아닐거야"
"자기 얼굴 아니라고 대충 대답하는거 아니지?"
"...."
"와 집에 가면 화이트닝 좀 해줘"
"화이트닝이 그렇게 쉬운거면..."
"ㅇㅅㅇ???"
카쉬에서 수영을 즐기고 난 다음 저녁에 얼굴을 보며 나눴던 대화이다. 기미인줄 알았던 열꽃은 얼굴이 너무 타면서 급하게 올라왔던 것 같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열심히 팩도 붙이고 세수도 한 결과 다행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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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의 테라스에서 바라 본 풍경이 여행 어디에서 본 풍경 중 가장 아름다웠다. 아침 테라스에 나가서 식사를 준비하며 멀리 바다를 바라보거나 그리스 섬을 쳐다보면서 이 풍경을 질릴 때까지 -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질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바라보고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침은 마트에서 샀던 카이막, 올리브, 과일, 치즈 그리고 버터로 익혀낸 에그 스크램블이었다. 직접 만들어서 아는 맛이지만 몰랐던 풍경이었으므로 우리는 아침부터 만족도 300%로 시작했다.
오늘의 계획은 수영이었다. 바다 수영. 우리는 사실 수영을 그렇게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나는 물에 조금 뜰 줄 알고 보노보노와 같이 배영을 조금 할 줄 알며 개헤엄처럼 앞으로 차근히 나아갈 줄 아는 수준의 수영을 할 수 있다. 나의 연인은 나보다 더 심각한 수영선수인데, 팔에 팔튜브를 착용해야 하며 얼굴을 물 속에 넣는 것을 싫어한다. 이렇게 너무나도 초보적인 우리는 이번 지중해 바다의 수영을 위해서 오리발 숏핀을 구매해왔다!
숏핀이 상대적으로 미착용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네이버쇼핑에서 판매하는 숏핀을 구매했고 나의 연인은 주변 준 프로급의 프리다이버인 직장 동료님의 의견을 듣고 DMC 숏핀이라는 제품을 중고로 구매해왔다. 결론적으로 DMC 숏핀이 수영 강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천 받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팔튜브를 하고 머리도 물에 집어 넣지 않았는데, 나보다도 빠르게 헤엄칠 수 있었다 - 가격대는 내 제품의 약 2.5배 정도하는데 (원가 가격 대비) 물에서 잘 놀고 싶고 '살고 싶다면' DMC 숏핀 강력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수경부터 오리발 숏핀까지 열심히 준비해서 카쉬 해변을 찾아갔다. 자동차를 타고 구글 지도에 있는 해변을 탐색해서 무작정 출발. 아침 11시 정도에 다다른 해변은 완만했고 파란색으로 해를 비춰내고 있었는데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꽤나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수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해변의 이름은 İnceboğaz Çınar Beach 였는데 이 해변은 재미있게도 두 개의 사이드에 해변이 있었다. 우리는 둘 중 더 파도가 잔잔해보이는 곳으로 선택했는데, 알고보니 이 해변들은 현지인들도 추천을 하는 해변이었다.
(구글맵: https://maps.app.goo.gl/FGwsymPt9CBMgWfR6)
해변에서는 썬베드가 1인당 100TL, 우산이 100TL 해서 우리는 총 300TL을 내고 대여를 했다. 시간 제한은 없으므로 있고 싶은 만큼 있으면 되었다. 단, 유럽 해변의 아쉬운 점은 바로 흡연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우리 옆에 비흡연자가 오길 간절히 바라보아도 많은 사람들이 흡연을 하므로 썬베드에서 휴식할 때 간접 흡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우리 바로 옆에 엄마 아빠 아들 딸 네명의 가족들이 두 개의 베드를 빌려 앉았는데 어머니께서 줄 담배를 피웠다. -
우리는 오전 11시부터 거의 오후 2시에 이르는 시간 동안 물에 대여섯번을 오고갔고 마지막 즈음에 가서는 체력적으로 지쳐가지고, 배도 고프고 허기진 배를 안고 자리를 주섬주섬 정리했다. 바다 수영은 호수라고 해도 믿을만큼 잔잔한 파도를 헤치고 안전을 알려주는 부표가 떠 있는 곳까지 오고가고를 반복했다.
"이렇게 아이템빨을 풀로 세워서 수영하는 건 우리 한국인 밖에 없네"
"그렇지만 아이템이라도 써서 이렇게 수영을 할 수 있는 건 마음이 중요한거니까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우리는 수영을 마치고 점심을 챙기기 위해 카쉬 시내로 나갔다. 카쉬 시내를 간 김에 항구 근처에서 예약할 수 있는 케코바(Kekova) 투어를 신청하기도 했다. 케코바 투어는 카쉬 앞의 바다와 섬을 돌아다니며 로마 유적지가 남아 있는 흔적들을 관광도 하고 물위에 떠서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는 투어이다. '부르는 게 값' 이라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한창 케코바 투어를 떠나고 남아서 영업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가장 먼저 반갑게 받아준 '오균'이라는 사람한테 100TL씩을 깎아서 예약을 진행했다. 원래는 처음에 3000TL을 불렀으나, 깎아 달라고 요청을해서 1인당 1400TL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 깎아달라는 말은 꼭 한 마디씩 덧붙이길 바란다. 말 한 마디에 몇 천원씩 깎을 수 있다면 완전 개이득 아닌가? -
항구 앞에 이렇게 인포들이 모여있고, 여길 지나다니면 케코바 투어! 하고 외치기도 한다. 단 정오가 넘은 시간에는 없으므로 운에 맡겨야 하고, 보통 케코바 투어는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에 끝난다. 그래서 이렇게 영업하는 사람들도 있거나 없거나 한 경우도 있으며 현지 튀르키예 사람들은 아침 9시에 자리가 남은 배를 현장에서 예약하러 오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카쉬 타운 안쪽에 있는 케밥집에 가서 케밥을 주문했는데, 안탈리아에서 먹은 케밥에 비해 맛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맛이었다. 케밥마저도 점바점(업소 by 업소)라는 것이 재미있었다.
우리는 점심을 챙기고, 케코바 투어를 예약하고 나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음 해변을 찾기 위해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했다는 해변을 보고 다음 해변을 찾아 두 번째 수영을 즐겼다.
"맥주를 먹고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나는 사실 바다로 들어가"
"그럼 바다에서 쉬 하는거야?"
"응 미리 알려줄테니까 우리 그때는 잠깐만 멀어져있자"
"한국말로 쉬 마렵다고 해도 못 알아 들으니까 편하네"
"그래! 그럼 나 오줌싸러 다녀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