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박훈. 아아 그는 좋은 박훈이었습...
"죽은 것 같지?"
"죽은 것 같아"
"곰팡이도 피는 것 같은데"
"하얗게 올라온 그거 말이지"
"죽었나 보다"
"씨를 위에 흩뿌리듯 놨어야 하나봐"
"던지듯 말이지"
-
기세 좋게 시작하고 싶었던 식물 일기는 단 10일만에 거의 종료되다시피 되어 버렸다. 박훈이 자라야 할 화분은 하얀 곰팡이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고 '이게 뭐야 도대체? 진짜 곰팡이야?' 하는 기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방선균'이라고 불리는 좋은 미생물이라고 한다.
'방선균: 곰팡이와 세균 중간의 특징을 가진 미생물로 토양의 유기물을 분비해 비옥하게 만들어주고 다양한 항생 물질을 만들어주는 녀석' 이라고 설명되어 있는 글을 보면서
'오호, 죽을 것 같은 박훈을 살려낼 수 있는 존재인가?' 라고 생각했으나 각질 찌끄레기 같았던 바질 씨앗은 저 항생 물질보다 약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직접 재배하여 만드는 바질 페스토는 기대치가 낮아졌다.
화분에 곰팡이가 피어 오르는 것은 비단 나의 관리 잘못뿐만 아니라 날씨 탓도 있다고 하는데, 뭔가를 탓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저 '식물 싹 하나 틔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구나' 싶어져서
지난 번 땅바닥에 던져놨는데도 엄청나게 잘 자란 수박 줄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지만 스멀스멀 올라온다.
반면에, 세티는 햇빛도 받고 영양제도 먹고, 물도 마시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듯 새끼 잎 같은게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다. 그 모습이 건강해보여서 보기에 아주 좋다.
그나마 세티라도 분갈이 해주고 잘 자라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다행이다. 이제 다시 다이소에 가서 강력하게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은 박훈 Jr.(박훈 쥬니어)를 입양해와서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이번에는 바질 씨앗을 그냥 화분위에 던져놓기만 해야지.
화분 박훈, 아아 그는 좋은 화분이었..다고 말 할 수도 없을 만큼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냥 화분에 흙넣어주고 흙위에 곰팡이 올라오고. 이게 뭐야? 라고 할 수 있지만 다 과정이겠거니.
바질이 잘 자라지 않으니까 다듬으면서 버려지는 메론의 씨앗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걸 저 '화분에 심어도 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된다.
아아, 먹을 수 없어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메론 씨를 심기 전에 다이소 가서 씨앗 새로 사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