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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피렌체에서 화해한 7040모자

7040 모자의 특별한 서유럽동행 4일차

by 라이팅코치 정희도

어제 고단한 이탈리아 여정 여파였을까

어머니도 나도 피로감에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짧지만 정들었던 피우지 숙소와도 작별이었다.


우리 동네 시골풍경을 연상시켜 주었던 피우지 숙소의 맑은 공기를 언제 다시 마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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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켈란젤로가 말년에 이곳에서 휴식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화창한 햇살 속 맑은 아침 공기를 가슴 깊이 힘껏 들이마셔보았다.

입맛이 까다로우신 어머니는 이탈리아식도 잘 드셔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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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버스 기사님과의 동행이었다.

피렌체부터 스위스까지 함께해 줄 기사님 이름은 니노였다.

우리는 다 같이 인사했다. "본조르노, 니노!"


패키지 투어는 예정된 시간에 다양한 국가를 이동하는데

이제는 버스가 제2의 숙소 마냥 편안해졌다.


여행투어에도 자리에 대한 룰이 있었다.

"네 여러분들 우리 자리는 공평하게 앞, 뒤로 번갈아 가면서 앉도록 해요.

단체가 정한 시간은 꼭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분의 차이가 5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너무 잘 지켜주고 계셔서 고맙습니다."


김양내 가이드님은 시간에 대해서 늘 강조하며 말씀하셨다.

그랬다. 모두 귀한 시간을 내어 온 여행이다.

그렇기에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고 알뜰하게 잘 쓰여야 했다.


우리 날씨요정 멤버 분들은 모두 젠틀하고 좋은 분들이셨다.

자리에 대한 불편함도 없었고, 시간도 너무나 잘 지켜주셨다.

날씨도 함께하는 동행들 덕분에 복이 많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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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피했지만, 타국에선 껌딱지 모자

인간관계의 갈등은 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

사실 한국에서도 가족 중 어머니와 갈등이 가장 심했었다.

어머니의 직설적이고 강한 말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돌아보면 어머니는 어머니 방식으로 말씀하신 것뿐이었다.

나를 잘되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 내 생각과 좀 다를 뿐이었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어느 순간은 나도 감정이 훅 올라왔다.

그러다 결국 언성이 높아지는 순서로 상황은 커졌다.


갈등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짜증 내고 피하면 되었다.

방문을 떨어질 듯 닫거나, 집을 나가면 되었다.

본가에서 독립하고 나서는 오히려 피하는 방법은 더 쉬워졌다.


지금은 그럴 수 없는 환경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상황이었다.

다소 빡빡한 일정, 심신의 피곤함, 익숙하지 않은 바깥상황들에 대한 긴장감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 말이 거칠게 나오기도 했다.

"아니 어머니 이거 무전기를 이렇게 켜야 된다니깐요!?"

"아유 몰라!! 네가 알아서 해!! 귀가 아파서 하질 못하겠네!!"


아슬아슬 줄다리기 같은 대화는 조금씩 쌓여 휴게소에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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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번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셔야 하고요.

에스프레소도 한 잔씩 하시고 물건도 구매하셔야 합니다.

입구와 출구도 다르니 잘 살펴보고 쉬었다가 00분에 탑승하시면 됩니다."


어머니는 성격상 빨리빨리 해결하길 원하셨다.

반대로 나는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다 쓰면 되지 않냐는 입장이었다.


결국 어머니와 그곳에서 충돌했다.

"빨리 살 거 있음 사고 가자! 뭘 그렇게 꾸물거리고 있어?"

"아니 어머니! 아직 시간이 남았잖아요! 왜 그렇게 재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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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멜로디가 준 참회

이역만리타국 말도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의 어느 한 휴게소에서

우리는 옥신각신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는 먼저 나가셨고 나는 분을 식히지 못한 채 식식 거리며 남아있었다.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이게 아닌데,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닌데..


한국처럼 피할 곳도 피할 수도 없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버스에 탑승했다.

어머니 옆자리에 앉았다. 창밖을 보는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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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 대신 무전기

다시 피렌체로 출발했다.

버스로 이동 중 가이드님이 냉정과 열정사이 영상을 틀어주었다.

서로를 그리워하던 두 남녀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마음이 뭉클해졌다.


멜로디를 들으며 느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뭐 하고 있는 거지?

40대 젊은 나도 익숙하지 않은 음식과 환경, 낯선 사람들에 긴장되는 마음이 있었다.

70대 어머니는 나보다 심하면 더 심하지 않았을까?


믿을 사람이라고는 아들뿐인데 내가 너무 어머니 마음을 몰랐구나 돌아봐졌다.

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는 보필이 되겠다고 와놓고서 짜증 낸 내 수준이 부끄러웠다.

풀리지 않고 꽁꽁 뭉쳤던 감정들이 스르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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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렌체에 도착했다. 머뭇거리다. 어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어머니 무전기 잘 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래 알겠어."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지 않았지만, 무전기를 확인하는 것으로 화해를 시도했다.


대문호의 거리에서,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 그곳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영혼을 느껴보았다.

대 예술가들이 걸었던 이 거리에서 예술을 혼을 떠올리고 이어받아

나도 대문호가 되고 싶다는 마음속의 원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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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려면 공부 좀 해! 어쩜 그렇게 역사를 모르니"

어머니식의 애정표현에 웃음이 피식 났다.

"네 그러게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정말 많이 배우네요."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 두오모성당, 시뇨리아 광장, 베키오 궁전

미켈란젤로 언덕 그리고 피오렌티나 스테이크와 와인과 함께하며

어머니에게 일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자연스럽게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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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우리에게 또 다른 천국이었다

가이드님께서 귓속말을 건네신다.

"아드님 괜찮아요? 저도 아버지랑 여행 갔을 때 생각나네요.

물이 왜 공짜가 아니냐고 가는 곳마다 말씀하셨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랬다. 물과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은 참 천국이었다.


지금 이 순간 7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함께 있는 이곳은 우리에게 또 다른 천국이었다.

어머니는 결국 피렌체에서 내 보조가방을 손수 골라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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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걸로 해라! 이게 공간도 넓고 오래 쓸 수 있겠네. 돈 모자라면 내가 보태줄게"


고집은 피웠지만 나도 결국 못 이기는 척 어머니가 골라주신 가방을 선택했다.

나중에 사용해 보니 확실히 내가 가져온 가방보다 훨씬 공간도 넓고 편했다.

괜히 어머니 앞에서 자존심만 세우고 굽히지 않은 내가 더 부끄러웠다.

다시 한번 어머니 말씀에 "네 알겠습니다." 해보자고 다짐 해본다.


니노가 운전하는 버스 차창 밖은 그림보다도 더 아름다운 들판이 우리들의 다음 여정을 응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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