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어깨를 감싸는 바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물길 건너뛰며
물컹, 차고 오르는 뜨거운 슬픔이 돋는다
깊숙이 동화되는 떨림 휘어져 감긴다
미역 줄기처럼 흐늘흐늘해지는 고통
살기 위해 허공을 나르는 물고기와
얼음을 조각내며 추격하는 북극곰
발 구르다 먹이 향해 돌진하는 치타의
눈빛은 아다지오*를 듣기 전의 세상
어둠을 가르며 일어서다 파묻힌다
상처 입고 피 흘리는 살들과 뼈마디가
온갖 처절한 식욕과 탐욕이
양수에 들러붙던 기억을 소환하는 파장이
반목의 계절을 길들이는 동안
모래알 사이사이 땅의 순한 지문을
산란하는 오래 걸어온 골목
마른 넝쿨 붙잡고 매달린 담쟁이들의 가쁜 호흡 속
내 안에서 잠든 햇볕 한 줌 쥔 하늘
돌아서는 걸음 뒤 손바닥 노랗게 펼친 나무가
젖은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대 체취가 번진 발밑을 들여다보면
천사의 날갯짓 파닥이며
느린 호흡으로 맺힌 거룩한 안부가 있다
*보스니아 내전에서 희생된 22명을 추모하며 Vedran Smailovic가
비극의 현장에서 22일간 연주한 Tomaso Albinoni의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