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톡톡 치다 온몸 흠뻑 젖는 날
나는 빗방울이 되어볼래
우산 속 마음 읽는 친절한 눈빛으로
물줄기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를 덜어내야 땅의 눈물이 넘치지 않는지
빛나는 뼈 둥글게 말아 날개 팔랑거릴래
달빛 오래 길어 올린 귓불 당겨
네 슬픔에 젖은 속엣말도 밤새워 들어줄래
긴수염고래* 노래처럼 멀어질수록
깊어지는 뜨거운 바다로도 남아 볼래
지구의 모든 모서리를 모아서
고난 막아서는 펭귄의 허들링도 따라 해볼래
떠들썩한 포옹 너머 혼자 떨고 있는
아이의 움츠린 등도 살며시 안아줄래
뒷면 가린 시간이 마르질 않아
사람에게 사람으로 기대는 것이 두려울 땐
어제 불던 바람을 다정히 잠재워 볼래
새벽이 고인 물 쏟을 때면 나란히 걷는 걸음
방울방울 새겨 처음인 내일로 뿌려줄래
종착역도 모르고 걷는 하얀 발
나는 이제 발끝 뾰족이 세워 빗속 건너오는
하루의 가시가 봄날로 돋게 할 거야
하나, 둘, 셋, 바로 지금이야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의하면 긴수염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 지점에 떨어져 있어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