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by 강신명


아주 아주 아주 오래전


먼 길 떠나자던 슬픔 뿌리친 덕일까

드라큘라를 피해 의자 밑에 숨고 아이 넣는 에밀레종에

극장이 떠나가도록 꺼이꺼이 울었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주 아주 오래전


고래 등 집 아이가

올챙이배 냉장고에서 꺼내주던 아이스크림 같은

요술 구슬이 탐나 아침이면 주문 외우며 살며시 손 펴보고

소공녀 다락방에 세 들어 사는 별과 입 맞추고

거짓말할 땐 길어진 코를 감추고

무덤 안에도 고통이 있다며 달만 봐도 숨을 몰아쉬고

눈썹에 서리 내릴까 섣달그믐엔 밤새 뜬눈이 되고

새알은 꼭 나이대로 먹어야 하고

소가 되기 싫어 식후엔 목석처럼 서 있고

손만 잡아도 몹쓸 병이 온다며 빨강을 피해 다니고

말똥만 굴러도 웃고 그 말이 우스워 온종일 은행잎과 구르고

전봇대에 적힌 병명 해부하느라 사전과 씨름하고

밤이면 북두칠성과 별자리에 관한 전설을 밤새 속닥이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고액 시급에 암흑을 면접하다 등골이 서늘한 적도

은행원이 준 거스름돈이 남는다며 부득부득 돌려주고

비가 오면 태양이 뜰 때까지 가시나무 새 되어

꽃도 별도 없이 비틀거리는 세상 속

우물에 갇힌 물고기로 침묵의 직진을 감내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아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바늘구멍만 한 눈과 조막손으로

이 많은 미련함을 깨닫게 되었다니

이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도 아직 바보로 남아 있다니


지금 나는

아주 아주 오래전


천체과학관에 떠다니던 우주를 빈방에 넣고 다시

나의 별을 만나러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