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와서는 우리랑 바로 인근인데 문화가 너무 다르다며 신기해했다. 나는 종교가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러시아는 유럽이기에 기독교문화고 우리는 동양이라 불교문화여서 그렇지 않겠냐고 했다.
거리에 ‘국제결혼 주선합니다’라고 적혀있는 플렛카드를 종종 보게 된다. 처음엔 조선족 신부가 많았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베트남 신부, 우즈베키스탄 신부, 캄보디아 신부로 바뀌었다. 지금은 웨딩숍을 그만뒀기에 경험은 없지만, TV를 보면 아프리카에서 많이 시집온다 한다. 자꾸만 후진국으로 옮겨간다.
나는 웨딩업을 하면서 국제결혼식을 치른 경험이 많다. 한번은 지인의 소개로 일본 신부와 결혼하는 신랑을 만났다. 그는 부모님께서 독실한 통일교 신도여서 일본 처녀와 결혼했다. 통일교 신도는 교주가 주선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잘 산다고 믿는다. 비록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렇게 두 사람은 언어도 나라도 달랐지만, 종교적 믿음 하나로 결혼하게 됐다. 신랑과 신부 모두 유순한 인상에 예의도 발랐다. 두 사람 모두 어찌나 수줍음이 많은지 보는 우리가 설렜다. 일본에서는 늘 욕탕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다며 신랑 어머니는 신부를 위해 집에 욕탕을 만들었다고 자랑하셨다.
그렇게 기분 좋게 예식을 잘 마쳤다. 한참 뒤 그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는 신부가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혼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종교의 힘도 혼자 타향에서 버티게 하지는 못했다. 유창한 대화는 없었지만, 눈짓으로는 많은 대화를 나눴기에, 선량한 눈빛이 떠올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돌아갔을까'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나에게는 7촌 조카가 되는데, 조선족 신부를 데리고 왔다. 조카는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월급이 안정적이고 성격도 상냥하고 성실했다. 그래서 조카댁도 참 만족했다. 조카댁은 참으로 참한 신부였다. 조카는 우리에게 “고모, 섹시 예쁘제?”라며 늘 싱글벙글했다. 이런 조카의 태도에 조카댁은 부끄럽다며 하지 말라 했지만,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그 뒤로 조카네 부부에게 아이가 셋이 태어났고 그때마다 사진을 찍으러 우리 웨딩숍에 왔다. 조카댁은 아는 사람이 없기에 우리를 참 반가워했다. 한번은 중국 특유의 향이 진한 채소를 넣은 중국 만둣국을 만들어서는 고모들 생각나서 많이 만들었으니 오라고 했다. 조카댁은 우리나라에 오니 너무 좋다며 특히 스타킹이 너무 좋다며 신기하다고 했고, 중국에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자랑했다. 이를 지켜보는 조카는 내내 싱글벙글 좋아했다. 참 행복해 보였다.
한참 뒤 엄마에게 들었는데 둘째 아이가 감기로 고열을 앓았고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청각을 잃었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청각을 잃으면 듣지 못하기에 말을 배울 수 없다. 그래서 말도 따라 못하게 됐다. 아이를 낳아 키워보았기에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에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먼 타국에서 얼마나 살기 힘들까?
문화갈등보다 더 심한 것이 종교갈등이다. 예전 한땐 종교로 많은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종교 때문에 싸우는 것을 잘 보지 못한다. 그만큼 종교적 다름을 이해하고 타인의 종교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종교갈등보다 더 심한 것이 이데올로기 갈등이다. 요즘 메스컴에서 ‘북중러’, ‘한미일’, '종북', '친미', '좌파', '우파' 라는 단어가 연일 등장한다.
남편이 친구들과 동창 모임을 한다고 서울에 갔다. 청와대 구경도 할 겸, 서울에 있기에 모임 참석이 힘든 친구도 생각해줄 겸 겸사겸사 해서다. 청와대를 구경하고 나서 친구사무실도 구경하고 차도 한잔할 겸 광화문에 있는 친구사무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대구보다 복잡한 서울이라지만 교통이 너무 막혔다. 알고 보니 한쪽은 보수, 한쪽은 진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평소보다 더 막히는 것이었다.
부모 자식 사이도 좁혀질 수 없는 것이 정치갈등이다. 이러한 정치적 격차를 더욱 깊고 공고하게 부추기는 원인 중 일등 공신이 유튜브이다. 지금은 유튜브가 최고 인기다. 젊은 친구들이 얼마 전만 해도 건물주가 최고 인기 있는 꿈이었는데 지금은 유명 유튜버가 1위다. 얼마 전 나도 유튜버가 되었다. 나 역시도 뚜렷한 정치적 신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정치적 갈등을 어찌 할꼬?
그런데, 문화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이데올로기가 달라도 부부가 잘사는데 성격이 다르면 살기 힘들다. 이혼하는 사유가 모두 ‘성격 탓’이라 하니 말이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어떤 점이 좋아서 만났냐고 물으면 천 가지 답을 한다. 신기하게도 헤어지는 부부에게 헤어지는 이유를 물으면 모두 ‘성격’ 때문이라 한다. 이런 성격 갈등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