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리햄 링컨이 1859년 자신의 연설에 사용한 유명한 명언이 있다. 다윗왕과 솔로몬 왕자의 일화로 알려진 이야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 아부지의 경제관념은 하느님도 못 말린다. 그렇게 없는 살림에 고기 한 번 사 먹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어 논을 샀다. 그것도 우리 동네에서 가장 물 대기 좋은 데 위치한 최고의 명당인 논을 샀다. 시골이지만 45년 전, 대구 인근 땅보다 훨씬 비싼 가격인 평당 2만 원 하는 논이었다. 그때 논문서를 손에 받은 날 아부지 환히 웃으시던 모습이 내가 본 아부지 모습 중에서 젤 행복한 모습이지 않았을까?
작은언니는 지금의 대구광역시 달서구 월배에서 신혼살림을 살았다. 그때만 해도 그 동네는 허허벌판 시골이었다. 그때 우리 동네 아깻들이 아니라 월배 허허벌판의 저렴한 논을 샀더라면 아마 우리 집은 지금쯤 부자반열에 오르지 않았을까?
우리 딸은 예체능에 강하다. 음악에선 절대 음감을 가졌다. 딸이 어릴 적, 누르는 버튼에 따라 음이 다른 휴대폰이 출시됐는데 남편의 폰이 그러했다. 남편이 문자를 보내려고 띠뚜또·띠··하고 누르면 딸은 그 내용이 뭔질 알아차렸다. 음악엔 잼뱅이인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어떻게 저런 재주를 타고 태어났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미술에선 학년이 바뀔 때마다 상을 받아왔으며 체육 실력도 뛰어났다. 이런 재능을 가진 데다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딸은 교대를 원했지만, 몇 번의 미끄럼틀을 타고는 아동학과를 선택했고 올해 졸업했다. 딸이 들어가려던 때만 해도 교대가 의대와 더불어 몇 손가락 안에 들던 인기학과였다. 그런데 올해 교대 정시에서 13개 대학 중, 11개 대학이 사실상 정원미달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불과 4년 차이다. 그 사이에 가치가 바뀐 것이다.
사람의 인물도 시간에 따라 가치 변화가 일어난다. 젊을 때는 이목구비가 잘생기고 몸매가 늘씬하면 잘생긴 외모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잘 생긴 사람들이 가지는 조건이 달라진다. 남자는 머리숱이 많으면 50점 따고 들어가고, 여자는 피부가 좋으면 50점 따고 들어간다. 분명 젊었을 땐 잘 생긴 외모는 아니었는데 혹은 분명 인물이 좋은 친구였는데 몇십 년 지나 만나보니 외모가 달라졌다면, 이러한 것에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예전 외모에서 50점 +와, -가 반영되었으니 그 점수 치가 달라질 수밖에.
시간에 따른 가치 변화뿐만 아니더라도 다른 많은 변수에 의해서 가치가 바뀔 수 있다. 같은 나무이더라도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 에 따라 가치가 다르게 보인다. 같은 나무지만 순광에서 보는 것보다 역광에서 바라보면 천지 차이로 예뻐 보인다. 나무가 역광을 받으면 나뭇잎 하나하나에 후광이 생기면서 반짝반짝 빛난다. 사람 역시도 지금 있는 곳의 조명이 어떤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햇볕이 쨍한 장소에서 처음 만난 것과 은은한 할로겐 조명 아래에서 처음 만난 것은 그 예쁘기가 천양지차다. 이런 첫 만남은 그 사람의 첫인상이 되어 무의식에 저장되고 평생을 따라다닌다. 이걸 나는 인연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수도 없이 많다. 지금 가치가 낮다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또한 지금 가치가 높다 해서 너무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가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거든. 그 유명한 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