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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 후선 Aug 17. 2024

큰 것 하나를 공략하라

한 예쁜 신부가 드레스를 고르면서 살며시 얘기한다. 

“목에 흉터가 있어서 그러는데요, 가릴 수 있는 드레스는 어떤 게 있나요?”

나는 차이나 칼라 드레스를 권하면서 “혹, 탑 드레스를 원하신다면 목 장식을 하면 돼요”라고 알려주고 피팅을 하기 위해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흉터가 좀 크리라 생각했기에 보고는 깜짝 놀랐다. 크게 관심 없이 보면 아무도 모를 크기다.

“에구! 아무도 모르겠어요. 누가 일부러 찾으려 해도 모르겠어요.” 진심이었다. 그래도 본인은 부담스럽다 하길래 길고 장황하게 전문가의 프라이드로 설명했다.

“신부가 어떤 모습일까? 하고 대기실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체적인 신부의 첫 느낌이죠. 그 첫 느낌은 드레스, 헤어 스타일, 메이크업, 머리 장식, 부케, 귀걸이, 베일  등등이  모두 한꺼번에 무의식적으로 조합되어 ‘첫 이미지’로 만들어져요. 그러고 난 뒤 차근차근 하나씩 눈에 들어오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메이컵이고 다음은 헤어 스타일, 그다음은 드레스 디자인과 부케 등으로 넘어가요. 이런 걸 보기도 바쁜데 목에 콩알만 한 흉터를 볼 사람은 없어요”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고는 “나만 믿어요. 누가 목에 흉터를 봤다는 사람 있다면 예식비용 전액을 안 받을게요”

이렇게 뻥뻥 큰소릴 치니 나의 위풍에 기가 꺾인 신부는 탑 드레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예식 날 예쁘다고 대박 났다며 고맙다 했다.      


나는 분위기가 반을 차지한다 생각해서 큰맘 먹고 조명 집에 가서 3단으로 된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를 상담 테이블 위에 달았다. 화려한 샹들리에는 비싼 만큼 무게도 엄청났다. 이 때문에 웨딩숍 천장이 조금 내려앉았다. 그런데 천장 뼈대에 박혀있는 스프링클러는 눈치도 없이 따라 내려오지 않고 그 자리를 고집했다. 그래서 천장에 스프링클러 구멍이 크지는 않지만, 뻥 뻥 눈에 거슬리게 드러났다. 

웨딩숍에 들르는 사람마다 그 화려한 샹들리에는 안중에도 없이 “저 구멍 뭐지?” 하고만 묻는다. 그럴 때마다 샹들리에 자랑을 하면 “그러고 보니 샹들리에는 예쁘네. 돈 좀 줬겠는 걸” 한다. 

그러다 얼마 못 가 그 망할 놈의 샹들리에는 천장을 포기하고 바닥을 택했다. 하지만 늘어진 천장은 그대로였기에 스프링클러 구멍은 여전했다. 나는 거금을 들였기에 아까워 고민한 끝에 재활용을 생각했다. 그러곤 샹들리에의 접시처럼 생긴 것을 스프링클러 빵구 난 구멍에다 붙였다. 자세히 보면 몰라도 그냥 봐서는 샹들리에 접시인지 잘 표가 나지 않았다. 그러고는 들르는 사람마다 “커튼이 예쁘네”, “장이 예쁘네” 하며 사무실 예쁘다는 얘기만 한다. 화려한 샹들리에는 없고 스프링클러 구멍은 여전히 보이는데 말이다.  

   

절친인 친구가 있다. ‘오드리 햅번’ 닮았다 해서 별명이 ‘오드리 햇반’이다. 그 친구는 고양이처럼 살짝 치켜 올라간 묘한 매력의 눈, 앵두처럼 붉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예쁜 입, 뽀얀 피부와 뾰족한 턱을 지녔다. 영락없는 ‘오드리 햅번’이다. 단 하나의 흠이 있다면 비가 오면 콧구멍으로 물이 들어갈 것 같은 들창코다. 우리가 함께 어딜 가면 늘 제일 못생겼다는 얘길 들었다. ‘오드리 햅번’이. 

어느 날 나는 그 친구에게 코 수술을 권했고 친구는 실행했다. 비록 친구의 들창코는 예쁜 코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전처럼 미운 코는 면했다. 그러고부터 친구는 우리 중에 제일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이렇게 여러 가지 예를 든 것은 이 이야길 하고 싶어서다. 누구나 장단점 모두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 제일 큰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장점이 많으나, 단점 하나가 월등히 크다면 그 많은 장점은 가려 보이지 않는다. 

좋게 보이려면 여러 개의 장점을 더 강조할 것이 아니라 큰 단점 하나를 낮추면 된다. 그러면 이미지가 훨씬 좋아지게 된다. 여럿을 강조하기는 힘들지만 한 개의 단점을 낮추는 것은 좀 더 수월하다. 

반대로 크지 않은 단점이 여러 개고, 큰 장점이 하나 있다면, 여러 단점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점을 더 부각하여야 한다. 하나의 장점에 포인트를 주어 눈에 뜨이게 한다면, 여러 단점은 수그러지게 된다. 여러 개를 살피는 것보다 하나를 살피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내가 그 신부에게 예식비를 안 받겠다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원리를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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