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남편은 한 창 정신적으로 성장할 때 아버지의 그늘에 있지 못했기에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그늘이 있음을 알려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남편은 자신의 노력이 사랑이라 확신하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런 남편의 최선이 난 참 좋았다. 남편은 늘 직장 일로 바쁘고, 타고난 성격상 살갑지 않은 나의 단점을 보완해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참 좋았다.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편의 넘치는 관심과 사랑은 아들에겐 독이고 상처였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를 떠났다. 남편의 과한 관심과 사랑이 싫다며.
때론 무관심이 사랑일 수 있음을 우리는 잘 모른다.
여기 연꽃과 선인장이 있다. 연꽃과 선인장은 굉장히 친한 사이다. 둘은 같이 있으면 너무나 재밌고 즐겁다. 선인장은 연꽃이 하는 얘길 듣고 있으면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연꽃의 얘기가 재밌다. 연꽃 또한 선인장과 같았다. 그러다 보니 둘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즐겁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꽃은 선인장이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연꽃의 관심은 선인장이 왜 물을 마시지 않지? 하는 것이었다. 연꽃은 선인장에게 물었다.
“너! 왜 물을 마시지 않니?”
“응, 난 물 싫어해. 그리고 물 안 마셔도 건강해”
다시 연꽃은 선인장에게 얘기했다.
“친구야, 어떻게 좋아하는 것만 먹겠니?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게 있단다.”
"아니 괜찮아. 난 진짜 물 안 마셔도 건강해"
연꽃은 진짜 친한 사이라면 힘들어도 상대가 잘되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연꽃은 선인장에게 물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친구야! 물 먹어야 해. 물 먹어. 빨리 먹어야 한다니까”
그래도 선인장이 물을 마시지 않자 연꽃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연꽃은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를 위해 힘들어도 어떻게든 물을 먹여야 해' 라며 선인장이 잠들었을 때 몰래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선인장은 물러져 죽게 되었다.
연꽃은 선인장을 너무 사랑했다. 사랑하는 만큼 더욱 선인장이 잘 되길 바랬다. 그렇기에 본인이 희생해서라도 선인장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고 싶었다. 만약 연꽃이 선인장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냥 옆집의 대충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면, 그렇게 마음 졸이며 걱정하였을까? 그렇게 마음이 힘들지도 않았을 테고 그리 힘들게 선인장에게 물을 가져다 붇지도 않았겠지.
너무 슬픈 이야기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집 이야기’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선인장 같은 유형의 사람이 있다. 그게 나고 우리 아들 현이다. 이들에겐 무관심이 더 큰 성장을 불러온다. 이들에겐 가분한 관심이 필요치 않다. 가끔, 아주 가끔 그냥 물 한 모금만 주면 된다.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자식들에게 무관심한 아부지와 바빠서, 너무 바빠서 우리에게 관심 가져 줄 여유조차 없었던 엄마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때론 누군가에겐 무관심이 성장의 발판일 수 있다.
연꽃에겐 물을 주는 것이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선인장 같은 친구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