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는 문화 얼리어답터다. 음식부터 음악, 패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테슬라도 마찬가지이다. H는 제주에 오기 전부터 테슬라를 운전해보고 싶어했다. 마침 다른 차량에 비해 일부 할인하기도 했고, 연료비가 적게 들어 여행에 유리할 것 같아 우리는 테슬라를 빌려보기로 했다.
테슬라의 많은 장점들이 있었지만, H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편하게 감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달을 옮겨 밟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단다. 테슬라는 한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네비게이션을 한국 앱으로 따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H의 폰으로 네비게이션을 틀고, 그것을 나의 손에 거치한다. 운전자인 H의 각도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손 각도를 잘 조절해서 비춰주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날씨가 좋아서 영상을 찍거나, 대화 내용에 빠져들면 본분을 잊고 손의 각도가 이상하게 돌아가 버리곤 한다. 네비가 잘 안보일때 마다, H가 나에게 귀여운 핀잔을 준다. 이렇게 네비게이션을 핑계삼아 H와의 대화거리가 생긴다는 사실이 즐겁게 느껴진다.
옆에서 혼자 쿡쿡거리면서 웃고 있으니까 H가 왜 웃는지 물어본다. 나는 H가 좋아서 웃는다고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