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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선 Oct 13. 2024

1분 1초

에픽하이로 문학하기 ‹1분 1초(Feat. 타루)›



에픽하이 미니앨범 소품집

«LOVESCREAM»(2008.09.30.)중에서 1분 1초 (Feat. 타루)›*.

(*작사: 미쓰라진, 타블로 / 작곡:타블로)

https://youtu.be/TzW9uwfSMv4?si=EJUnO6iNyDm7ae9t


I can't let go(go go)

어딜 봐도 네 모습이 보이고

무너지는 내 마음 숨길 수가 없어

baby 단 1분 1초도

I can't let go(go go)

어딜 가도 네 목소리 들리고

부서지는 심장... 숨 쉴 수가 없어

baby 단 1분 1초도

한 순간도 단 1분 1초도

그날 넌 머리가 맘에 안 들고

눈이 부었다고 다시 잠들고

난 외투를 벗으며 말없이 삐지고

전화기를 들어 밥을 시키고

커튼을 치고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watching DVD's

just you and me 어깨에 기댄 너의 숨소리

난 나가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지

우습게도 이런 기억들이 아직도 날 괴롭힌다

문득 네가 했던 농담들이 기억나고 무너진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이 오늘도 날 뒤엎는다

문득 네가 짓던 표정들이 기억나고 부서진다

I can't let go(go go)

어딜 봐도 네 모습이 보이고

무너지는 내 마음 숨길 수가 없어

baby 단 1분 1초도

시간이 멈추고 심장이 멈춰도

I can't let go(go go)

어딜 가도 네 목소리 들리고

부서지는 심장... 숨 쉴 수가 없어

baby 단 1분 1초도

한 순간도 단 1분 1초도

그 어딜 가도 창가 옆 모퉁이 구석 자리에

앉을 때 손을 포개놓지 왼쪽 다리에

피곤해 하품할 때는 닦은 눈물을 보곤 해

그리곤 바보처럼 웃어 양 볼에 보조개

물을 마실 때는 항상 세워둔 새끼손가락

눈이 부셨어 윤기 나던 검은 머리카락

서툰 젓가락질조차 매력이라 말했어

부르튼 입술도 난 영원하길 바랬어

this is lov to the e 그 사소했던

기억이 마음을 뒤섞고 나를 뒤엎고

눈물은 끝이 없지

see 사랑은 폭풍도 흔들지 못하는 마음을

몰아치는 빗물 한 방울

the little memories 술잔처럼

비워진 투명해진 우리의 작은 추억들

돌이키려 돌아봐도

다신 만들 수 없는 그대와의 기억.

어젯밤 꿈처럼 선명한데 날 떠났네...

I can't let go

어딜 봐도 네 모습이 보이고

무너지는 내 마음 숨길 수가 없어

baby 단 1분 1초도

시간이 멈추고 심장이 멈춰도

I can't let go

어딜 가도 네 목소리 들리고

부서지는 심장... 숨 쉴 수가 없어

baby 단 1분 1초도

한 순간도 단 1분 1초도

I can't let go

숨죽인 작은 속삭임도

한 순간도 달콤한 둘만의 비밀도

아름다웠던 만큼 슬펐던 그대와 나

내 눈물이 그대에게도 기억될 수 있을까?

I can't let go 둘만의 버릇과 습관도

한 순간도 그 아름다웠던 순간도.

아직 한 순간도 단 1분 1초도

되돌릴 수가 없어 단 1분 1초도


에픽하이의 노래 ‹1분 1초› 가사


투명한 화살이 날아와 가슴을 관통한다면, 어떤 화면처럼 회상될 감정 몇은 가령, 마음이 힘들었을 때 쓰고 발표한 시와 내 마음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글로 쓴 때일 거다.


내가 왜 이렇게 마음을 지켜내고 내가 쓸 문학과 문장을 지키고 싶은 것인지는, 분명 문학이 전부일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부였던 그 순간이 강렬해서 이미 문학에 투신하고 있는 것이다.


행동하고, 보는 것마다 과거의 모습이 떠오른다. 떨어질 은행잎을 볼 때마다 같은 길을 걸었던 작년의 나를 생각하고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젖은 운동장을 생각하고 오늘의 옷차림과 비슷하게 입고 하루를 보냈던 과거의 나를 생각하고 지금 이 공기는 새벽 찬바람이 부는 우리 집 앞과 냄새가 같아, 고향에 잠깐 내려갔다 올까, 하고 잠깐의 과거를 생각하는 나는 지금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나아질 것 같았던 하루는 정체된 하루였고 낮은 기분으로 움츠러들었던 하루는 많은 생각들과 섞여 들었다.


에픽하이의 <1분 1초>를 들을 때면 자주 회상에 빠진다. 일찍 깨어 안개가 낀 마을의 새벽을 괜스레 걸었던 날, 사랑을 하던 때와 사랑으로 힘들었던 때, 어두워진 하늘을 멍하니 보다 빛나고 있는 별이나 날아가는 비행기의 항법등을 넋 놓고 볼 때의 마음.


낮아진 마음의 상태에서 그려지는 것들은 사실 상황 자체보다 그때의 내 마음을 보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이 노래가 실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는 것에 대한 1분 1초가 아닌 그런 상황에서의 내 마음과 무너지고 부서지는 마음을 더 크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면, 각인되고 가혹하게 몰아붙였던 마음들이 1분 1초처럼 흘러간다.


사이사이 호흡을 고르듯 이어지는, 멜로디에 생각도 쉬어가곤 한다. 지난해 가을 발표했던 시 한 편과 어느 해에 기고했던 짧은 글 한 편을 엮으며 나는 참 여린 마음을 문장으로 뱉어내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if 빙하기


  


  그날 지구에는 밀가루처럼 눈이 내렸다. 나쁜 마음을 먹기도 해야 하는 일일까. 쌓이는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람은 다 이렇게 살아,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말 그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었다. 목적지 없이 맴돌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

 

  심호흡하고 나면 하늘의 자세가 불편해 보였다. 사람에 상처받아 일을 그만둔 나는 빙하기 같았다. 세상 모든 일을 짊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굴다

  미친 사람이 있다,

  그렇게 되지는 말아라, 아버지와 술을 마시다 혼자 술잔을 이어간 날


  방에도 밀가루처럼 눈이 내렸다. 사람을 탓했고 사람들을 원망했다.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으로     

  내가 아닌 사람들은 모두 잘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고 사람과 대화를 나눈 계절은 끝나 빙하기가 시작된 것 같은,     

  

  지구가 얼어붙고 이제 건조한 영화가 시작된 것 같은,

  사랑하는 일을 말하고 기억하는 것의 온도가 깨진,


  사람과 멀어지는 계절과 사람이 싫어지는 계절만 있는 나라


  따뜻한 사람이고자 했던 내가 약해지는 모습으로 점점 추락하고 마는 시간이었던,     

  

  차가운 눈이 내리는 방

  방에서 가장 슬픈 눈물이 뭉치고 있다.


  아름다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닌

  마음의 빙하기     

  

  그날 지구는 폭포수 같은 눈을 계속해서 내렸다. 나쁜 행성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2023년 계간 «애지» 가을호; <if 빙하기> 권기선


심보선 시인의 산문집을 읽다가 접어둔 페이지의 내용은 이렇다.


시를 쓴다는 것은 상실을 마주하면서, 그 마주함의 서러움에서, 말의 풍모와 삶의 풍요를 끄집어내는 것이리라.

그러니까 백석의 말을 빌리면, "구신과 사람과 넋과 목숨과 있는 것과 없는 것과 한줌 흙과 한 점 살과

먼 넷조상과 먼 훗자손의 거룩한 아득한 슬픔을 담는 것"(「목구」)과 같은 것이리라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674874.html)

이런 문장을 읽고 나면 또 깊은 생각에 잠을 뒤척이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종종 상처받기를 각오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탁하고, 요청하고, 설득하는 일에도 나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거절되고, 무산되고,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고민하고 먼저 걱정한다.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일이 나는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글을 쓰고 있고 시를 좋아해 시를 읽고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해 시를 쓴다.


시를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도 많은 마음들이 뒤따른다. 먹고사는 일은 중요하고 서른을 앞둔 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욕심내고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미래를 설계한다. 시를 쓰면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할까.  불안한 마음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내 마음을 글로 드러내는 일이      

나는 나를 다스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주말에는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봤다. 영화를 보러 올 사람들이 많을까, 예매하면서도 조금은 고민했고 영화와 극장을 위해선 사람들이 많아야겠지만, 또 많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오래된 이 극장에는 할아버지 몇 분이 의자에 앉아계셨고 그런 관객을 전부로 영화가 시작됐다.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진 극장 안과 흑백으로 이루어진 영화 앞에서 나이 들어갈 나를 생각했고 늙은 내가 고민하고 있을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공산 정치의 격변과 과도기를 배경으로 한 폴란드 영화 '이다(ida)'는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란 '안나'가 죽은 자신의 부모를 찾고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절제와 금욕의 공간을 벗어나 사회에 나간 안나는 유일한 혈육인 이모와 함께 지내며 향락의 사회를 본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의심하며 거리 두는 안나에게 이모는 말한다.     


"그러다 신이 없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할래."   


죽은 부모를 찾고 수녀원으로 돌아가면 정결과 순종의 서원식을 하게 될 안나의 마음과, 술과 담배를, 남자와 자고 돌아오는 이모 '완다'와의 긴장 속에서 이모는 다시 안나에게 말을 건넨다.     


"해보지도 않고 맹세를 하면 의미가 있을까."     


안나와 완다는 서로 다른 것에 내적으로 깊은 고민과 고뇌를 한다. 많은 침묵과 적은 대화로 이루어진 이 영화에서 마음은 무겁고 긴밀하게 다뤄진다.          


우리는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쉽게 영향받고 쉽게 상처받는 마음들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견고하다고 믿고 있어도 어느 틈에선가 깨지기 쉬운 마음의 정서와 맹세, 마음이 내 안에서 머물 때와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낼 때의 형태와 숨기는 상처를.


그래서 마음을 드러내는 건 종종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더 커지는 고민과 걱정을,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 나는 종종 내 마음을 고백했고 내뱉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상대방이 다쳤을 마음조차 먼저 걱정하고 고민했다.


(https://blog.naver.com/incheontogi/222272948362)


중력이 스트레스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쌍둥이 중 한 명을 우주로 보내 노화 진행속도를 연구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노화속도가 더딘 쪽은 우주인이었다는 연구 결과와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의 댓글을 읽으며 나는 중력에 대해 생각했다. 중력이 스트레스를 만든다, 스트레스는 노화를 촉진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조금 힘들다.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날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구가 나를 조금 더 끌어당기고 있구나. 지구가 나를 더 끌어당기고 있어서 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아주 조금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덜 우울해질 수 있었다.


"젊든 늙었든, 선량하든 악하든

작가만큼

서서히 힘겹게 죽어가는 것은

없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찰스 부코스키, <지옥은 닫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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