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아침.
아침에 출근해서는 주로 경제 뉴스를 듣고, 과학 뉴스레터를 읽고, 내 분야의 논문을 받아들인다.
어피티에서 매일 아침 보내주는 경제 뉴스레터를 스스슥 스크롤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실험을 하는 날이면 한경코리아 유튜브 채널에서 아침마다 라이브하는 모닝루틴이라는 영상을 틀어놓고 파이페팅을 한다. 모닝루틴은 한국경제 임현우 기자님이 당일 한국경제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어주는 영상이다. 모닝루틴 영상이 끝났는데도 아침 실험이 끝나지 않았다면, 슈카월드와 슈카월드코믹스 영상을 팟캐스트처럼 틀어놓고서 실험을 계속한다. 슈카월드는 국내외의 경제 사회 이슈를 다루는 한국의 대형 유튜브 채널이며, 슈카월드코믹스는 슈카월드의 부계정으로, 가벼운 느낌으로 경제 뉴스를 다루는 100만 유튜브 채널이다.
경제 뉴스를 주의 깊게 듣거나 읽지는 않는다. 유튜브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으면 해야하는 실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이페팅에 집중하다가 언뜻언뜻 들리는 트럼프와 머스크가 싸우는 이야기, 정치 이슈와 함께 코스피 주가 지수가 오르는 이야기, 등등의 국내외의 경제 사회 정세를 파악하고는 한다. 10대 때는 아저씨들이 뉴스를 왜 보나 했는데, 이제는 뉴스가 재미있다. 이렇게 아저씨가 되는 거겠지... 아무튼 나는 아침을 깨우는 용도로 일반 사회 뉴스를 듣는다.
그 다음으로는 Nature와 Science에서 매일 보내주는 뉴스레터를 확인한다. 과학 논문 저널인 Nature와 Science는 최근에 출간된 과학 논문 소식과 과학 뉴스의 제목과 요약을 정리해서 뉴스레터로 보내준다. 내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경제 뉴스레터처럼 슥슥 넘길 수는 없다. 요약만 읽고 넘어가는 편인데도 모르는 어휘들이 많아서 읽는데 한참 걸린다. 인터넷 어디선가 봤는데, 기사 헤드라인은 중요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명확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공부할 시간이 없으면 영어 기사가 아니라 헤드라인이라도 읽으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풀어서 설명하면 알 수 있는 개념도, 요약문에는 간결하고 명료한 한 단어로 설명하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고급 어휘가 자주 사용되어, 괜찮은 어휘 공부가 된다. 최근에 읽었던 뉴스의 헤드라인 문장은 다음과 같다.
A mutation in which cancer cells lose their Y chromosome seems to spread ‘contagiously’ from a tumour to immune cells, which dampens their cancer-fighting prowess.
암세포에서 Y 염색체를 잃는 돌연변이가 종양에서 면역세포로 ‘전염적으로’ 퍼지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면역세포의 항암 기량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헤드라인 덕분에 나에게 익숙치 않은 어휘인 prowess(기량)를 배웠다. 이렇게 power, capability, skill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쉬운 어휘가 아니라, prowess라는 격식체의 어휘를 접할 수 있어서 헤드라인 읽기가 나름 도움이 된다. 기사를 읽으면서 신기한 과학 소식도 접할 수 있다. 전에는 뉴스레터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헤드라인만 스스슥 보다가, 요즘에는 흥미로운 헤드라인을 발견하면 전문을 프린트해서 읽으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Nature 뉴스레터를 선호하는 편이다. 출간된 과학 논문 소식에 관해서는 Science 뉴스레터와 비슷하기는 하다. 하지만 Nature 뉴스레터에는 학계 전반에 관한 이야기 (트럼프의 NIH 지원금 축소 등), 박사 과정의 커리어와 정신 건강에 관한 이야기 (박사 과정생은 일반인보다 더 우울하다 등), 이 달의 과학책 등 과학 뉴스를 조금 더 폭넓게 다룬다. 그리고 Nature에서 직접 편집하여 내보내는 infographic이 과학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해준다.
+ 격주마다, 또는 달마다 오는 신약관련, 제약스터디 관련, 일반 생리학 전반에 관련된 뉴스레터도 읽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트위터에서 논문 게재 소식을 알리는 트윗을 확인하고, 관심있는 분야와 학자의 최신 논문 알람을 확인한다. 과학 전문 기자가 명료하게 작성한 Nature 뉴스레터는 대충 슥슥 읽을 수 없다고 앞서 언급했다.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나는 심도 깊은 과학 논문의 제목과 초록은 대충 슥슥 읽는다. 이건 이런 느낌이다. 처음 들어보는 가수는 아무리 프로모션을 해도 얼굴과 노래가 익숙해지기까지 한참 걸리지만, 내가 덕질하고 있는 아이돌은 의상만 보더라도 어떤 무대에서 어떤 노래를 불렀을 때의 상황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내가 덕질하고 있는 연구분야는 척보면 척하고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에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면 연구에 대한 실력(덕력)이 부족한 탓이니, 더 열심히 공부(덕질)를 해야한다.
연구자들은 이미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나는 Google scholar의 알람을 애용한다. Google scholar는 "논문"만 검색하는 검색 사이트이며,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 키워드에 걸맞는 논문들을 찾아준다. 사람 이름을 검색하면 그 사람이 작성한 논문을 찾아주기도 하고, 논문 제목을 검색하면 그 논문을 참조하는 다른 논문들을 찾아주기도 한다. 그런데 매일 내 관심 키워드, 학자, 참조 논문 등을 검색해서 새로운 논문을 확인하는 일이 귀찮으니까, Google scholar는 내 관심 분야의 새로운 논문이 게재되면 나에게 알람을 보내준다. 아침마다 학계 SNS 알람을 확인한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 읽었던, 충격적인 논문 소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링크를 클릭해도, Nature의 구독 정책으로 인해 전문은 읽을 수 없고, 제목과 요약만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8916-0
Low overlap of transcription factor DNA binding and regulatory targets
전사인자가 DNA에 결합하는 위치와 실제로 유전자를 조절하는 위치가 많이 겹치지 않는다
세포가 어떤 일을 수행할지는 DNA에 쓰여있는 유전자를 읽고, 실행하는 데에 달려있다. 이 때, DNA의 특정 유전자 근처에 결합하여, 유전자를 켜거나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자가 바로 전사인자이다. 효모(yeast)는 전사인자가 결합할 수 있는 부위가 유전자 근처(Upstream Activation Sequence, UAS)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른 고등 진핵생물은 전사인자의 결합 부위가 유전자에서 멀리 떨어져 (enhancer)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전사인자가 어떤 유전자 근처에 결합하면, 그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억제되는 등의 조절이 될 것이라 유추했고, 이 가설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 최신 연구는 그 대세였던 가설을 뒤집는 결과를 내놓는다. "전사인자가 어떤 유전자 근처에 결합한다고 해서 무조건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한 전사인자가 어떤 유전자 근처에 결합하지 않더라도 그 유전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전사인자가 DNA에 결합하는 위치와 실제로 유전자를 조절하는 위치는 많이 겹치지 않는다. (10% 미만)"
전사인자의 결합 정도와 유전자 발현 정도를 과연 정확히 측정한 것인지 의심이 가기 때문에, 이 논문의 실험 결과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기는 하다. 그래도 이 논문이 실험을 틀림없이 정확히 했다 가정하고, 이 논문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충격이었다. "전사인자가 어떤 유전자 근처에 결합하면, 그 유전자가 조절될 것"이라는 대세 가설이 있었는데, 이 가설 자체가 어그러져버렸다. 이 가설이 어그러지면 이 가설 위에서 수행됐던 수많은 논문들의 중요한 나사가 빠지게 된다. 즉, 과학자들은 이 가설을 기반으로 수많은 질문에 나름 대답할 수 있었는데, 그 질문들은 다시 미해결 상태가 되어버렸다. 저자들도 충격이 컸는지, 논문의 마지막에는 토의를 해야하는데, 충분한 토의를 하지 못했다. 10페이지짜리 이 논문의 결과에 대해 충분히 토의를 하려면 10페이지 정도는 더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논문은 충격적이었다.
나도 직간접적으로 위 논문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 연구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 논문 소식을 접하고, 내 연구를 어떻게 수정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 아직도 고민하는 중이다. 위 논문 뿐 아니라, 트위터와 구글로 검색한 최신 논문들을 어떻게 내 논문과 연관지을지 계속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다. 전세계의 과학 소식은 은근히 나의 커리어 경로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국내외의 뉴스들은 나의 생활에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다. 나와 내 연구가 제일 중요하기는 하지만, 내가 연구를 하면서 살아감에 있어서 주기적인 최신 뉴스와 논문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