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 현대 지식인

Day 10. 브랜드

by honggsungg labnote

Day 10의 주제가 브랜드라는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모르겠다. 나는 돈 쓰는 취미도 없고, 딱히 돈 쓰는 브랜드도 없다. 돈 말고 시간을 쓰는 곳을 생각해보니, 유튜브가 떠올랐다. 유튜브 채널도 일종의 브랜드이니까,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김지윤의 지식플레이, 조승연의 탐구생활, 유현준의 셜록현준,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최재천의 아마존, 슈카월드, 최성운의 사고실험 등등등 지적이고, 단단한 태도, 명료한 언어, 고급진 이미지의 '지식인'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소위 말해,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의 통찰력 있으면서도 무해한 언어를 좋아한다.


다들 이미 유명한 채널이기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마음에 각 유튜브를 한두줄 정도로 소개해본다. 지식플레이는 MIT 국제정치학 박사 김지윤 박사님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정세에 대해 브리핑을 하거나, 국내외 정치사회계 인사를 모셔서 인터뷰를 하는 채널이다. 탐구생활은 조승연 작가님이 전세계의 문화, 역사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준다. 브랜드의 광고영상을 제작할 때도, 해당 브랜드의 역사와 문화적 영향력을 소개한다. 셜록현준은 홍익대 건축학부 유현준 교수님이 전세계의 다양한 건축물을 리뷰하며 이야기한다. 건축이라는 관점으로 공간, 도시, 사회, 그리고 인간을 통찰력있게 바라본다. 파이아키아는 20년 이상 경력의 이동진 영화평론가님이 영화를 추천하거나 평하는 채널이다. 본인이 읽은 책을 추천하거나 책에서 읽은 내용을 설명하기도 한다. 아마존은 동물 행동학의 대가 최재천 석좌교수님이 동물 행동과 연관지어 사회 현상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한다. 슈카월드는 서울대 출신, 전 채권트레이더 슈카가 한 주 간 국내외의 흥미로운 뉴스를 그 배경지식과 함께 소개하는 채널이다. 서브채널 슈카코믹스에서는 경제 및 주식에 관련한 무거운 이야기를 가벼운 톤과 함께 들려준다. 사고실험은 EO 채널 출신 최성운 피디님이 본인의 큐레이션으로 인물들을 초대해서 인터뷰를 하는 채널이다. 영상을 보면 인터뷰이 최성운 피디가 인터뷰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준비했다는 느낌이 여실히 드러난다.




모든 사람이 바라듯이, 나 또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 "멋"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바라는 외연이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옷을 잘 입는 패셔니스타, 누군가는 궁금한 연구를 해결하는 과학자, 또 누군가는 다정한 가족 구성원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 기준에서 멋있는 사람은 교양있는 현대 지식인이다.


'지식인'은 기본적으로 한 분야에서 박사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과 전문성을 지닌다. 그리고 그 전문성을 다수의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한다. 지식인은 그 이야기 속에 본인의 전문성이라는 렌즈로 바라본 사회에 대한 통찰을 녹여낸다. '현대' 지식인은 본인의 전문성을 과거의 것이 아닌,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새로 출간된 책을 읽고, 연구 기법을 받아들이고, 신진 지식인과의 통찰에 귀기울인다. 즉, 지속적인 인사이트를 주고받기 위해서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교양있는' 현대 지식인은 전문성을 보유한 하나의 분야 이외에도 폭 넓은 교양 수준으로 대화를 가능케한다. 그로 인해 교양있어보인다는 말처럼, 차분한 태도와 지성있는 말투를 장착하고 있다. 나는 이런 모습의 교양있는 현대 지식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좋아하는 유튜브들은 전부 박사학위를 지니거나,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지녔다. 이 사람들이 유튜브를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한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시의성있는 주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되므로, 끊임없이 현재의 지식과 뉴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새롭게 받아들인 뉴스를 본인의 렌즈로 통과시켜, 본인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리고 컨텐츠를 매번 본인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만 다루지는 않으므로 폭 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컨텐츠를 제작해낸다. 그렇게 제작한 영상들에서 그들은 지성있는 말투와 태도로 이야기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들은 교양있는 현대 지식인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무대 위에서 박수와 존경을 받는 강연자가 멋있어 보였다. 고등학교 진로 프로그램이었나, 15년 뒤의 본인의 모습을 상상해보라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세바시 같은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적어냈다. 사람들에게 논리적인 사고를 전파하거나, 교육 소외지역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등, 본인에게 이 일이 대의적인 의미를 갖는지 담당 선생님께서 되물으셨다. 나는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이 모습이 멋있다고 말씀드렸다. 덧붙여서, 이 일이 공공을 위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지식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멋이 첫번째이고 공익은 두번째이다.


대학교에서 보이는 수많은 교수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 멋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분하게 교과서와 발표자료를 읽기만 한다거나, 자기만 알고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계속 떠들어대거나, 본인 연구에 대한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어진 시간을 초과하며 이야기하는 그런 교수들이 되고 싶지 않다. 든 교수들은 말이 너무 많다. 그 너무 많은 말들을 들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교수는 학생들에게 하염없이 계속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 말들을 듣고 싶게 만들거나, 들어야할 필요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말들은 그저 따분한 소음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은 과학커뮤니케이터였다. 10년 전에는 정재승 교수님이 유명한 과학커뮤니케이터였고, 요즘에는 김상욱 교수님이나 궤도님이 유튜브에 자주 출연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다. 과학에 관련된 강연을 하고 책을 저술함으로써 강연료와 인세를 받아서 돈을 공산이었다. 이 업계에 발을 살짝 담근 사람이 SNS로 건너건너 몰래 쳐다봤을 때, 전업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굉장히 어려운 업처럼 보인다. 그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배 및 동료 과커들을 항상 뒤에서 응원하고 있다. 언젠가 교양있는 현대 지식인의 포지션으로 과학소통 업계에 저도 참여겠습니다.




덧.

고등학생 시절 진로에 대해 고민했을 때, 연구를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독립연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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