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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drew Jun 27. 2020

마리한화, 그 황당한 멸칭

2020.06.20. vs NC


마리한화, 이 우스운 별명은 2011년에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날 꼴찌하는 팀이 하반기에 기적적인 역전승을 몇 번 이끌어내며 얻었다. 그 시즌에 한화는 8팀중에서 공동 6등을 거뒀다. 웃기지도 않는다. 어떤 마약이 팀을 꼴찌에서 뒤에서 2등으로 만들어주는것만으로 행복하게 하는가. 마약으로서 행복을 선사하는 기능을 수행하려면 적어도 팀을 1-2등으로 이끌어야 마땅하다.


한화 야구를 시청하는 일은 대마초,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인생에 득이 될게 없다. 시청하는 내내 기분을 좋지 못할때도 있고보면 더 지독하다.




6월 24일 경기는 대미를 장식했다. 참 오랜만에 2-1 리드를 갖추고 돌입한 9회말 2아웃, 주자 2루 상황. 1개의 아웃 카운트를 남기고, 마무리 투수 정우람은 빗물에 미끄러져 부상으로 경기장 밖을 빠져 나간다. 그리고 몸이 채 풀리지 않은 두 명의 후속 투수들은 연속타를 맞으며 역전패를 마무리한다. '인생은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은 한화의 상대팀에게나 적용되는 말인가보다.


황당한 경기를 보고나서 두통이 찾아왔다.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조금 기분이 나아지겠지.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싫다. 우리 팀의 유망주 누가 잘하나, 누구를 콜업하면 좋을지 퓨처스 리그 결과를 확인하고 있을 내가 싫고 정말 한심하다.


인생에 우울감을 더하는 이 행위를 1주일에 6번씩 꼬박꼬박 시행하는 일은 참으로 미련하다.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이 우습다. 경제학은 이윤과 효용을 추구하는 인간을 롤로 삼는데, 정작 나는 인생의 효용을 높이는 일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선택을 계속하여 시행하기 때문이다.


책 '피버피치'에서 아스날 팬 닉 혼비는 축구 팬으로 살아가는 일이 정신적 질환을 앓고 살아가는 것에 비유한다. 20개 팀에서 꼬박꼬박 4위의 성적을 거두는 팀의 팬이 그정도라면 한화의 팬에겐 어떠한 비유가 합당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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