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7. vs KT
김민우는 성장했다. 야구 팬에게 팀의 유망주의 성장한 모습을 목도하는 일은 대단한 뿌듯함을 안긴다. 이 팀에 그런 선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기쁨을 배로 할 것이다.
95년생, 고교 최대어, 혹사와 부상, 기나긴 재활, 강속구 선발 투수. 그는 이 날 경기에서 견제구 동작이 투수를 기만한다하여 보크 판정을 받았다. 내가 아는 보통의 한화 투수, 그리고 김민우는 여기서 무너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작년 이맘 때 그는 흔들리면 속절없이 무너졌던 것을 기억하기에.
놀랍게도 김민우는 보크 이후에도 또다시 견제구를 1루에 뿌렸다. 보크 판정에도 아랑곳 않고, 보란듯이, 의연하게. 그는 위기 상황을 담대히 헤쳐나갔다. 5이닝 2자책의 기록과 8 탈삼진을 잡아내며 선발을 마무리했다. 이 안타까운 선수는 팀의 빈곤한 득점 지원 하에서 이 날도 패전을 기록했다. 그래도 괜찮다. 지옥을 뚫고 지나가는 심정으로 마음을 단련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김민우의 보크가 왜 보크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보크 판정도 마찬가지이고 야구에서의 보크는 어려운 구석이 많다.
따지고보면, 인생의 안 풀리는 순간은 보크랑 닮아있다. 분명히 노력하고 고쳐가려고 애를 써본다. 여러 사람이 내 인생을 들여다보고 문제 상황을 이해해보려한다. 그래도 원인이 뚜렷하지 않다. 문제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답답한 순간들이 많다. 어설픈 추측과 가설 설정으로 상황을 납득해보려 할 뿐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끝내기 보크가 아니고서야, 보크 자체는 경기 전체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보크의 순간을 의연하게 넘길 수 있다면, 보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견제구를 계속해서 1루에 던질 수 있다면. 슬럼프의 길이와 경기의 판세는 보크가 아니라 보크 이후의 자신감과 의연함에 달린 것 같다.